업계 "이대로 개시했다간 혼란 뻔하다" 사전 경고
중기부 장관 "정부, 클라우드 구축… 걱정말라"
서비스 지연 두고 정부⋅업체 서로 '네탓' 공방

11일 오후 공적 마스크 판매를 예고한 서울의 한 약국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서 있다.

11일 발생한 ‘마스크 앱’ 지연 현상과 관련해 앞서 개발사들이 정부 측에 서버 장애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 이대로 서비스를 내놨다가는 정부나 서비스 업체가 이용자 트래픽(접속량)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두고 인프라 구축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날 각 약국별 공적 마스크 재고 현황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개시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 혼란을 가중시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전날 정부가 주최한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곧장 마스크 앱 수요를 받아낼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전 국민이 기다리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정부가 미리 대용량 서버와 회선을 마련하지 않으면 혼란이 일어날 게 뻔하다는 이야기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정부에서 클라우드 서버를 구축해 놓은 상태"라며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업체들의 이야기를 좀 더 귀담아 들었다면 오늘과 같은 사달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업체들이 예견한대로 ‘굿닥’과 ‘똑닥’ 등 마스크 앱들은 이날 오전 8시 서비스 개시 직후 접속자 폭주로 한동안 먹통이 됐다. 현재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지만 업체들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다"라며 "언제 또 오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서버 지연뿐만이 아니었다. 앱에서 제공하는 마스크 현황 정보가 실제와 다른 경우가 부지기수다. 앱에서 마스크 재고가 충분하다고 했는데 막상 이용자들이 해당 약국을 찾아가면 재고가 다 떨어진 상태여서 헛걸음치는 것이다.

공적 마스크 판매 현황 등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과 웹 서비스가 11일 공식 개시됐지만 이날 오전 접속자가 몰리면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틀린 정보가 제공되는 문제는 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측 서버 문제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마스크 재고 현황은 심평원이 전국 2만3000여개 약국으로부터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집계해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 전달하고, NIA가 이를 앱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민간 개발자들에게 제공한다.

하지만 이날 일선 약국들이 심평원 전산에 접속해 마스크 재고를 기입하는 과정에서 트래픽이 급증해 심평원 서버에 과부하가 걸렸고, 이로 인해 약국들이 최신 데이터를 갱신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일부 약국에선 업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일일이 데이터를 업데이트하지 못해 앱에 나온 상황과는 달리 이미 다 팔려 고객들이 헛걸음을 하게 된 사례도 적지않았다.

앱 자체가 느려진 현상은 정부 측과 업체가 서로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마스크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에서는 "업체 서버 문제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심평원 서버 문제로 보인다"며 "심평원 등 정부로부터 민간에 데이터가 넘어오는 과정이 원활하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업체들은 "이날 여러 앱에서 동시에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느냐"며 "정부 측 서버 문제가 아닌 이상 설명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심평원 측은 이날 발생한 심평원 서버 문제는 심평원과 약국 간의 문제일 뿐 민간 앱 서비스가 느려진 것과 별개라는 입장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약국 여러 군데서 동시에 심평원에 접속한데다 중복구매 확인 시스템을 이용하려는 우체국까지 몰리다 보니 잠시 느려졌었다"며 "다만 심평원이 약국으로부터 모은 데이터를 민간 업체에 제공하는 곳은 NIA이기 때문에 앱 구동과 관련된 문제는 우리와 직접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마스크 5부제를 도입하면서 구매자의 중복 구매를 막기 위해 심평원을 통해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그런데 이날 대구·경북 청도 지역 89개 우체국과 읍·면 지역 1317개 우체국에도 중복구매 확인 시스템이 가동되며 동시 접속이 많아졌고, 약국 접속까지 더해지며 서버 지연을 일으켰다는 게 심평원 측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여러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시작한 서비스지만 각 시스템들이 복잡하게 물린 것 같다"며 "지연 현상이 나타난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베타서비스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문제가 나타날 여지가 있고 그때 그때 원인을 분석해서 대응하는 것"이라며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내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중기부 측은 전날 간담회와 관련해 "서비스 개시에 대한 우려를 들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장관이 내놓은 답변은 과기정통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중기부 등이 합동으로 낸 브리핑 자료를 설명한 것으로 원활한 운영을 위해 클라우드 인프라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말했을 뿐 괜찮다고 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