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있는 곳 알려주는 서비스 재개… 한달 전 시작한 대만 따라하기
"재고 데이터 일일히 업데이트 어렵다" 약사들 반발 해소가 과제
정부가 마스크 재고 현황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지원을 위해 민간에 공적 마스크 판매 데이터를 개방한다고 10일 밝혔다.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며 많은 국민들이 주변 편의점이나 약국 등에서 마스크를 사려 하지만 실제 찾아가면 긴 줄을 서야 하거나 재고가 떨어지는 등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한국정보화진흥원(NIA),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이날 오후 7시부터 공적 마스크 판매 데이터 개방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전국 각 2만3000개 약국이 마스크 판매 현황을 심평원에 알리면 심평원이 이를 NIA에 제공하고, NIA가 데이터를 웹이나 앱으로 개발할 수 있는 API(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형태로 재가공해 공개하는 방식이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2차관은 "민간은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공공데이터포털을 통해 제공받고, 이를 활용해 앱 또는 웹서비스를 내놓는 민관협력 방식"이라며 "기존 앱을 개발중인 업체들이 빠르면 하루 안에 서비스할 수 있다고 한다"고 했다.
‘마스크 알리미’, ‘마스크 스캐너’ 등 마스크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던 앱들은 전날부터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데이터가 부재한 탓에 공적 마스크 재고량을 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앱 개발자들은 기존에 심평원이 일선 약국 재고 데이터를 토대로 구축한 마스크중복구매확인시스템 데이터를 통해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정부 요청에 따라 일시 중단했었다.
걸림돌은 데이터 부족만이 아니다. 재고를 공개하는 데 대해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국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약사들의 이익단체인 대한약사회는 "앱에 공개된 데이터와 현장 재고량이 다르면 소비자들의 항의가 거셀 수 있다"며 "안 그래도 이제 막 시작한 마스크 5부제 때문에 부담이 되는데 현실적으로 약사들이 일일이 마스크 재고를 업데이트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장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약사회와 충분한 협의를 했다"며 "약사들이 국민들의 마스크에 대한 불편과 애로사항을 알고 있고 (협조에) 동참한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 제공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데이터 제공에 동참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약국들은 (마스크 재고) 앱에 안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만3000개 약국 중 2만2000여개 약국이 심평원에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했고, 300곳 가량이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한 코로나 대처에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는 대만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정부가 나서서 마스크 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지난달 초 대만 내 개발자 그룹인 ‘거브제로(g0v)’에 도움을 요청해 앱을 만들었다.
이렇게 대만에서 민관 협동으로 개발된 ‘마스크 맵’은 국민들이 헛걸음하는 일을 줄여주고 있다. 정부의 발빠른 움직임 덕분에 민관 협의부터 지도 업그레이드까지 걸린 시간은 단 3일밖에 안 걸렸다고 한다. 이 앱은 구글 지도상에 약국별로 성인과 아동용 마스크가 몇 매씩 남았는지를 보여준다. 재고가 없으면 지도상에 회색으로, 재고가 있으면 재고량에 따라 분홍, 노랑, 초록, 파랑으로 표시된다. 마스크 맵은 재고뿐만 아니라 판매처의 영업시간과 전화번호도 알려준다.
우한 코로나 사태로 각국이 마스크 대란을 겪는 가운데 대만이 선제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를 받는 이유다. 대만 정부는 앱뿐만 아니라 마스크 수급과 관련해서 한 달 전부터 실명제 구매 정책을 시작했다. 마스크 수출은 대만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인 1월 24일 금지했다. 생산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대만 전역에 마스크는 하루 820만장이 공급되고 있다. 다음달이면 1300만개로 늘어나는데 이는 대만 인구(약 2380만명)의 55% 수준이다. 대만 정부는 지금은 일주일에 1인당 구매 수량이 성인 3매로 제한되지만 한 달 뒤부터는 5매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