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제외한 국내 항공사 日노선 모두 중단
에어서울·에어부산·이스타항공은 국제선 운항 '0'
"부서당 1명만 남기고 직원 전부 휴직"
일본이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제한 조치를 취함에 따라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과 에어부산이 에어서울에 이어 국제선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중국과 동남아 하늘길이 모두 끊긴 상황에서도 일본행 운항을 유지하며 버텨 온 항공사들은 이번 조치로 존폐 위기에 처했다.
◇ LCC 3곳 국제선 운항 전면 휴업…"창사 이래 처음"
5일 오후 일본 정부는 9일부터 한국발 입국자들에 대해 2주간 격리를 요청하고 여객기 도착 공항을 도쿄 나리타 공항과 간사이 공항으로 제한했다. 일본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6일 오전 긴급회의에 들어간 LCC 항공사들은 제주항공을 제외한 전부가 일본 노선의 운항을 모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국내 LCC 6곳 중 절반인 3곳이 국제선 운항을 전면 중단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에어부산은 국제선 32개 노선 중 일본행 4개 노선만 운항하고 있었으나, 9일부터는 이마저 중단해 국제선 전 노선을 28일까지 휴업한다. 이스타항공도 국제선 13개 노선 중 유일하게 운항을 유지하려 했던 인천~도쿄, 인천~오사카 노선 2개의 운항을 9일부터 중단한다.
진에어도 일본 5개 노선 전체의 운항을 9일부터 중단하고, 티웨이항공도 일본 6개 노선 운항을 모두 취소해 국제선은 인천~괌, 인천~사이판 노선 2개만 운항한다. LCC 외에 대한항공은 인천~나리타~호놀룰루 노선 1개를 제외한 일본 노선 전편의 운항을 9일부터 중단하고, 아시아나항공도 9일부터 31일까지 일본 전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다. 국내 항공사 중에는 제주항공이 유일하게 인천~도쿄 노선과 인천~오사카 노선을 유지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창사 이래 하늘길이 이 정도로 막힌 적은 처음이라 긴 논의 끝에 최소한의 일본행 이동편만 남겨 놓고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급작스러운 일본의 조치에 대해 한 LCC 관계자는 "말이 요청이지 비행기를 띄우지 말라는 통보"라며 "그나마 남은 일본행까지 막혀버리니 이젠 정말 자포자기 상태"라고 했다.
앞서 LCC들은 국제선 노선을 80% 이상 중단하면서도 일본 노선 운항은 유지하고 있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일본은 워낙 가까워서 출장 등 상용 수요가 미진하게나마 있어 일본 불매 운동 때도 변함없이 운항을 유지해왔는데, 이번 일본 발표로 결국 모든 노선을 닫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LCC 팀장은 "국제선이 모두 닫힌 건 항공업에 몸담은 20년 만에 처음"이라며 "매일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 "운항노선 폐쇄로 직원들 대규모 휴직"
국제선이 모두 끊긴 초유의 사태에 항공사들은 국내선 일부만 운항하며 버티는 신세가 됐다. 에어서울은 김포~제주 1개 노선만 운항하고, 이스타항공도 김포~제주, 군산~제주, 청주~제주 3개 노선만 운항한다. 에어부산 역시 김포~제주, 김포~부산, 부산~제주 국내선 3개 노선만 운항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공사 직원들은 휴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하게 된 LCC 3곳은 부서별로 직원 1~2명을 제외하고 전 직원이 휴직에 들어갔다. 한 LCC 승무원은 "일정을 배정받지 못한 채 무기한 기다리고만 있었는데 마지막 남은 일본 노선까지 중단돼 어쩔 수 없이 휴직하게 됐다"며 "아이가 있어 매달 고정 지출비가 있어 휴직은 최대한 피하려 했지만 이젠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일을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무급 휴직을 신청한 직원이 아닌 경우 주 3일 근무를 하면서 급여를 줄여나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