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도동에서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김상민(30)씨는 지난해 4월부터 점포 1.5㎞ 반경에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음식 주문 앱을 통해 1만원 이상 주문하면, 배달료 3000원을 받고 음료수·도시락 등을 배달해 준다. 김씨는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배달 주문 상품만 골라 담는 전담 직원을 둬야 할 정도"라고 했다.
최근 유통 업계에서 '초소량 총알 배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예전에 이런 초소량 배달은 심부름센터나 소규모 동네 상점이 담당했다. 요즘에는 편의점·배달 플랫폼 등 유통 업체가 직접 배달 대행업체와 손잡고 뛰어들고 있다. 대형 마트까지 이 시장을 넘보고 있다. 전날 주문한 상품을 다음 날 아침까지 가져다주는 '새벽 배송' 전쟁을 치르던 유통 업계가 '총알 배달' 시장까지 전선(戰線)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 업체 관계자는 "바쁜 일상에 사소한 일은 심부름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란런(懶人·게으른 사람) 경제'가 확산하고, 코로나 사태로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가 폭발하면서 급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도시락 시키신 분"… 편의점은 총알 배달 기지
GS25는 지난해 요기요·부릉과 함께 점포 10여곳에서 '초소량 배달'을 시험 운영했다. GS25는 2일 가맹점 600곳을 대상으로 배달 서비스를 1차 오픈했고, 추가로 600점포에서 배달 서비스를 선보인다. GS25 관계자는 "편의점 배달 인기 품목인 도시락과 1+1 행사 상품, 유제품 종류를 크게 늘려 모두 470종을 배달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 곳곳에 4만5000여 점포가 실핏줄처럼 퍼져 있는 편의점은 최근 동네 중국집을 능가하는 총알 배달 강자로 재평가받고 있다. 편의점들은 이런 장점을 내세워 다른 업체들과 적극적으로 제휴하고 있다. CU는 2일부터 서울 삼성동과 신림동 점포 두 곳에서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접목한 간편 주문 배달을 테스트하고 있다. 별도로 배달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네이버에서 CU를 검색하면 근처 점포에서 260여종 상품을 주문할 수 있다. 배달 대행은 스타트업 부릉이 맡는다. CU는 네이버 주문 서비스를 다음 달부터 전국 3000점포에서 선보일 방침이다. CU 관계자는 "배달 서비스 도입 직후 한 오피스텔 주민이 1층 편의점 커피를 매일 배달시켜 먹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총알 배달 직접 뛰어든 배달 앱
초소량 총알 배달 서비스는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는 추세다.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 앱을 통해 선보인 'B마트'는 대형 마트에서 취급하는 다양한 상품을 '묶음 상품' 대신 낱개로 팔고 있다. 자체 물류센터에서 상품 3600여종을 직접 배송하는데, 1인 가구를 타깃으로 삼아 주문 금액이 5000원만 넘으면 1시간 안에 배달해준다. 박주영 숭실대 교수는 "새벽 배송 이용자는 계획 소비에 나서는 직장인·주부가 많은 반면, 총알 배달은 충동구매와 극대화된 편의를 추구하는 이용자가 많다"며 "배송 서비스가 더욱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유통 업체들도 이 영역을 호시탐탐 노린다. 롯데는 '롯데잇츠' 플랫폼을 통해 롯데리아, 크리스피크림 도넛 등 5개 브랜드 매장의 배달 서비스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이달 말부터 광교·중계점에서 반경 5㎞ 내에 있는 소비자가 주문하면 1시간~1시간 30분 안에 배달하는 '바로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마트는 자체 가정간편식 브랜드인 '피코크' 상품을 30분 안에 배달해주는 한 스타트업에 공급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총알 배달의 주 고객층은 밀레니얼·Z세대"라며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모든 유통 채널이 다양한 배송 서비스를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