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책임을 다했다’는 대국의 민낯

입력 2020.02.22 10:02 | 수정 2020.02.22 10:32

이쯤되면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다. 중국이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수가 수시로 뒤바뀐다. 중국 정부가 감염자 집계 기준을 계속 멋대로 바꾸면서다.

20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왜 우한의 신규 확진자 수가 후베이성 전체 신규 확진자보다 더 많은가’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는 19일 하루 후베이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폐렴 확진 환자가 349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전염병 발원지이자 후베이성 성도인 우한에선 615명 증가했다고 했다. 그러자 우한이 포함된 후베이성 전체 수치가 어떻게 우한보다 낮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해명을 내놨다. 후베이성 일부 도시에서 발표된 확진 사례 중 감소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석연찮은 해명에 의혹만 더 커졌다.

이런 논란은 근본적으로 중국 정부가 환자 진단 기준을 일주일 새 두 번이나 바꾸면서 불거졌다. 12일 중국 전체 신규 확진자 수는 1만5000여 명 증가했다. 중국 보건 당국이 이날부터 후베이성 확진자 집계에 임상 진단 환자를 포함시키면서 전날 2000명대에서 8배 급증했다. 당국은 바이러스 핵산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폐 영상 촬영에서 폐렴 증세가 보이면 임상 진단 환자로 분류해 확진자에 포함한다고 했다. 조기 치료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19일 집계부터 다시 임상 진단 환자를 확진자 분류에서 빼버렸다. 이날 중국 전체 신규 확진자 수는 394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확 줄었다. 이 과정에서 후베이성 내 일부 도시가 임상 진단 환자가 포함됐던 기존 확진 통계에서 임의로 임상 진단 사례를 제외했다.

통계 수정을 둘러싼 의심이 커지자 후베이성 당서기가 "이미 확진된 사례에 대해 수치 줄이기를 허용하지 않으며,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 발표는 안 믿는다’는 불신이 이미 팽배하다.

중국 집계 기준이 오락가락하는 탓에 중국의 전염병 확산 추세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전문가 비판이 많다. 그런데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1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전염병 예방·통제 작업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지지를 얻었으며, (우리는) 책임을 다하는 대국의 형상을 보여줬다"고 했다. 시 주석은 최근 외국 정상들과 전화 통화를 하며 "중국의 철저한 방제 노력 덕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고도 했다. 중국 관영 신화사는 "중국의 자기희생 덕분에 국제적으로 심각한 감염 발생은 없었다"고도 평했다.

중국이 정확한 실태를 감추고 정보를 통제하는 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30개 넘는 나라로 퍼졌다. ‘책임을 다하는 대국’이란 시 주석의 말은 중국에서도 외국에서도 공허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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