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후(後)분양 사례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던 경기 과천주공1단지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이 세금 고민에 빠졌다. 높은 분양가로 분양에 성공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분양 수익이 늘며 조합의 법인세가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네 배 이상 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4일 주택정비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 입주를 앞둔 ‘과천 푸르지오 써밋’ 재건축 조합의 법인세는 약 400억원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3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을 당시만 해도 조합이 예상한 법인세는 70억원이었다.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은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128 일대 11만4500㎡ 부지의 5층짜리 아파트 47개동(1062가구)을 28층짜리 32개동(1571가구)으로 다시 짓는 사업이다. 단지명은 시공사인 대우건설의 최고급 아파트 브랜드가 적용된 ‘과천 푸르지오 써밋’이다.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2017년 3.3㎡당 평균 3313만원으로 분양보증을 신청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가 높다는 이유로 보증서 발급을 거부하자,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 ‘후분양’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평균 분양가격이 상승한 흐름을 타고 과천주공1단지는 3.3㎡당 평균 3998만원에 분양을 진행했고, 선분양 방식과 비교해 분양 수익이 20%가량 늘었다.
문제는 수익이 는 만큼 법인세도 는다는 점이다. 법인세를 계산할 때 기준인 조합의 이익은 조합원 아파트와 일반분양 아파트, 상가 등의 분양 수익에서 사업지를 취득한 가격(재건축 전 주택과 토지 평가액)과 직간접 공사비, 세금 등 각종 비용을 뺀 액수다.
특히 원가라고 볼 수 있는 사업지 취득 가격이 조합설립 인가일인 2012년 4월 기준이라는 점도 세금 부담을 높이는 요소다. 사업지 취득 가격을 비싸게 인정받을수록 조합 이익이 줄고 법인세도 주는데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전인 8년 전 기준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는 것.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입주 후 재건축조합이 청산되면 사업비용과 분양 수익을 정산하고 남은 금액을 조합원들에게 나눠줄텐데, 이 경우에는 늘어난 세 부담만큼 조합의 수익이 줄어들게 돼 결국 조합원들의 이익금이 적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과천주공1단지 조합원은 "조합장 등이 법인세 등 세금과 관련된 내용을 잘 모르고 사업을 진행했던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며 "조합이 세무사를 바꾸는 등 대책을 찾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법인세만 걱정인 것이 아니다. 국세청은 최근 주택정비사업의 조합이 이주비를 무이자로 대출해준 경우, 이를 조합원에 대한 배당으로 간주해 배당소득세 15.4%를 부과하겠다는 법령해석을 내놨다. 통상 이주비 이자는 사업비용에 포함되는 게 관행이었다.
당초 과천주공1단지 조합은 전용면적 59㎡를 분양받으면 1억원 안팎의 수익금을 정산받을 것이라고 조합원들에게 안내했지만, 법인세와 이주비 대출의 배당소득세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액이 대폭 줄어들게 생긴 상황이다. 배당소득세를 조합이 아닌 조합원이 개인적으로 납부할 경우, 다른 금융소득 합산액이 연 2000만원을 넘는 조합원은 종합소득세 합산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과천주공1단지의 세금 문제는 후분양을 고려하는 다른 재건축 사업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아파트 재건축 조합(래미안 라클래시)이 지난해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았고,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도 최근 후분양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