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2017년 출시 때부터 불법 프로그램 '핵'과의 전쟁
월간 동시접속자 64만명, 2018년 1월比 80% 급감
상장 위해선 지속 성장을 담보할 차기작 나와야
대어급 상장 기대주로 게임사 크래프톤(옛 블루홀)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전 세계적 히트작인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라는 게임을 낸 ‘펍지’라는 게임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네오위즈’ ‘첫눈’을 성공적으로 창업했던 ‘1세대 벤처 기업인’ 장병규씨가 세워 이끌고 있는 회사로도 유명합니다. 최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1·2기 위원장을 지낸 장씨가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면서 크래프톤이 조만간 상장이라는 오랜 숙제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회사가 상장하려면 미래에도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검증받아야 하는데요. 최근 유저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는 배그만으로 주주들에게 지속적인 성장을 약속할 수 있을까요.
발등에 불이 떨어진 크래프톤이 최근 장 의장의 복귀와 맞물려 보폭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배그를 만든 펍지는 최근들어 이른바 ‘핵’을 잡기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까지 손길을 뻗고 있다고 합니다.
핵은 해킹을 통해 게임을 유리하게 조작할 수 있는 불법 프로그램입니다. 벽 뒤에 숨어 있는 상대 유저를 쏠 수도 있고, 유저 어디를 쏘더라도 머리를 맞출 수 있습니다. 머리를 쏴야 가장 많이 점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인데요. 반자동총도 핵을 만나면 기관총이 돼 버립니다. 일반적인 유저가 핵 유저와 만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배그 공식 카페에 가 보면 이런 핵 유저를 만나 스트레스만 쌓였다는 신고 글이 수도 없이 올라와 있습니다. 배그의 핵 문제는 2017년 출시 때부터 4년차인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고질병입니다.
이 때문에 2017년 한때 동시접속자 수 기준 1000만명 넘게 몰렸던 유저들은 속속 배그를 떠나고 있습니다. 스팀·트위치 통계 사이트인 깃허브(Githyp)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월간 동시접속자 수는 64만명으로, 2019년 1월(108만명)에 비해 줄어든 것은 물론, 제품 출시 초창기인 2018년 1월(320만명)과 비교해 꼭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게임업계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다른 게임에 비해 배그는 이상하리만치 핵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 펍지가 이런 문제를 수정해 다시 프로그램을 내놓으면 바로 다음 날 핵 프로그램이 이를 뚫고 들어오는 일이 반복된다"면서 "외부 전문가를 쓰는 것은 많이 늦었다"고 지적합니다.
신규 유저 유입이 거의 없는 것도 배그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처럼 배그를 대체할 수 있는 게임이 이미 많이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크래프톤은 지난 17일 또 다른 자회사인 레드사하라가 개발한 ‘테라 히어로’라는 모바일 게임 신작 공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 여파로 대내외 굵직한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상황에서도 더는 ‘제2의 배그’ 출시를 미뤄서는 안 될 것이란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상장보다도 신작 성공이 좀 더 시급한 과제일 것 같습니다. ‘미다스 손’인 장병규호(號) 크래프톤의 행보를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