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핀테크에 도전장 내민 테크핀

조선일보
  • 강동철 기자
    입력 2020.02.20 04:33

    "금융을 돕는 테크가 아닌 테크가 금융을 바꾼다"
    SKT·네이버·카카오 등 IT 기업들, 첨단기술로 새 금융 서비스 내놔
    AI·빅데이터가 만드는 미래에 도전

    은행이 IT(정보기술)를 도입해 서비스를 개선했던 핀테크(금융+기술) 시대가 저물고, 거대 IT 기업들이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내놓는 테크핀(기술+금융)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SK텔레콤은 물론이고 구글·애플·아마존과 같은 국내외 주요 IT 기업들이 속속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이다.

    IT 기업들은 기존 금융 업체들이 갖지 못한 기술력과 막대한 사용자를 기반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네이버는 20년간 쌓인 검색 데이터와 연간 13조(兆)원이 넘는 쇼핑 구매 데이터, AI 역량을 주무기로 내세웠다. 카카오는 4000만명이 매일 쓰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여기서 쌓아올린 빅데이터 분석 능력이 최대 무기다. SK텔레콤은 30년 넘게 이동통신 사업을 하면서 2800만명이 넘는 가입자의 통신비 지출 내용과 위치 데이터를 갖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금리 0.1%포인트, 대출 한도 100만원이 아쉬운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기술로 이런 차이를 만들어준다면 콘텐츠·상거래 같은 영역보다 훨씬 더 큰 혁신과 혜택을 안겨다 줄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카카오·SKT '3社 3色'

    카카오가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은행부터 결제·증권·손해보험 분야까지 진출해 금융지주 수준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실적도 상승세다. 카카오의 간편 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가입자 3000만명을 돌파했다. 2018년 20조원이었던 카카오페이 거래액은 작년 48조1000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고객 수 1154만명, 수신·여신액은 각각 21조657억원, 15조1225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더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지난 6일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증권업에 뛰어들었고, 13일 실적 발표에선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이처럼 과감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배경에는 4000만 사용자를 가진 카카오톡의 빅데이터가 있다. 거래 내용 같은 금융 데이터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의 친구 수, 대화 건수 등 카카오만 확보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신용 등급을 책정하고, AI 자문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AI가 스스로 고객을 판단해 이상 거래를 막고 장애가 발생해도 곧바로 원인을 찾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의 테크핀 전략

    네이버는 지난해 설립한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본격적으로 금융업에 진출한다. 주무기는 4200만 네이버 이용자의 검색·콘텐츠 이용 같은 행동 데이터와 3000만 네이버 페이 이용자의 구매·송금 데이터, 30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업체의 거래 데이터와 국내 최고 수준인 AI 기술력이다.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딱 맞는 금융 상품을 추천해주고, 최적화된 금리·대출 한도 등을 제공할 수 있다. 네이버는 간편 결제 서비스 외에도 '네이버 통장'과 '네이버 신용카드', 예·적금 추천 서비스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SK텔레콤은 협업을 통해 금융에 나섰다. DGB대구은행·KDB산업은행과 함께 최대 5%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을 내놨는데, 현재 해당 적금 가입자만 16만5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10월부터는 11번가·현대카드·현대캐피탈·우리은행과 손잡고 전자상거래 분야 소상공인 대상 금융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해외 상황도 비슷하다. 중국 알리바바는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을 통해 결제·송금·투자·보험 등 금융 전(全) 영역에 진출했다. 앤트파이낸셜의 기업 가치는 1500억달러로 추산된다. 미국 애플은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애플 신용카드를 내놨고, 구글은 시티은행과 손잡고 계좌 개설 서비스를 시작한다. 아마존 역시 JP모건체이스와 함께 '아마존 통장'을 선보이고, 손바닥 결제 같은 차세대 결제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신성장 동력 위해 금융 진입

    IT 기업들이 금융업에 대거 진출하는 이유는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기존 주력 수익원인 광고·통신요금 등은 이미 시장이 포화됐거나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에 진입하는 것이다.

    고객 확보 측면에서 IT 기업들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네이버·카카오는 검색·모바일 메신저로 사실상 전 국민을 고객으로 확보했고, SK텔레콤은 통신 시장 점유율이 48%에 육박하고 있다. 최소 2500만~4000만 이상의 잠재 고객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다.

    AI·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금리·대출 한도·보험 보장 한도 등을 최적화하는 기술도 IT 기업들의 장점이다. 고객 맞춤형 금융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 상거래·콘텐츠 등 IT 기업들의 다른 신사업과 연계성도 좋다. 구매·결제 시 자사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오랜 온라인·모바일 사업 노하우로 앱이나 웹을 금융 업계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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