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정작 소상공인 보호 차원에서 ‘미투(MeToo) 창업’ 등을 방지하기 위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20대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법안 통과가 난망이다. 미투 창업은 인기 브랜드를 모방한 창업을 말한다.

17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총선 3호 공약으로 ‘민생 활력 제고’를 내놓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표심 잡기에 나섰다. 지역사랑 상품권 발행액을 대폭 늘리고 소상공인 보증규모를 추가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자유한국당도 최저임금 업종·규모별 구분 적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소상공인 공약’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가맹점주 경영여건 개선대책 발표 및 우수 상생협력 사례발표'를 진행했다.

여야 할 것없이 자영업자 표심 잡기 열기가 뜨겁지만 정작 지난해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개정하기로 했던 가맹사업법은 지난해 10월 발의된 이후 국회 파행의 벽에 가로막힌 상태다. 개정안은 모방 창업을 막고, 부실 운영을 방지하기 위해 1개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한 본부에 한해 가맹점 모집을 허용하는 ‘가맹사업 1+1’ 제도 등을 도입하는 내용으로, 당초 연내 개정이 목표였지만 법안소위 상정 후에 국회가 마비되면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가맹사업 1+1’ 제도는 직접 검증된 노하우를 전수하는 가맹사업 본래 취지와 달리 사업아이템 차원으로 접근하는 편법적인 가맹본부 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큰 인기를 끄는 유명 브랜드가 생기면 이와 비슷한 상품 로고나 표지, 메뉴, 인테리어를 사용하는 브랜드를 만들어 수익을 챙기려는 이른바 ‘미투브랜드’ 신규 가맹사업자들을 걸러내는 효과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4일 제공한 법안 설명자료에 따르면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 가맹본부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가맹점 평균 매출액이 약 4247만원(14.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실시된 가맹분야 서면실태조사에서도 직영점 운영 가맹본부의 97.7%가 직영점 운영 경험이 가맹사업 영위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

현재 전체 브랜드의 절반 이상은 직영점 없이 운영되고 있다. 업계(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점주(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학계(한국프랜차이즈 학회)는 모두 ‘1+1제도’ 도입 등 가맹사업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다.

가맹사업을 관할하는 공정위는 17일부터 열릴 2월 임시국회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랜 숙원사업인 만큼 개정이 절실하지만 20대 국회가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대로 시간이 더 지나면 법안이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돼도 법안 통과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을 중심으로 "운영 경험이 없어도 아이디어 만으로 사업을 시작할 기회를 막아서는 안된다"는 반대 여론이 강하기 때문이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2017년부터 2년 이상 직영점 운영 경험을 필수로 하는 ‘2+1제도’ 등을 골자로 꾸준히 발의됐지만, 매번 ‘불필요한 규제’라는 이유로 국회 벽을 넘지 못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가맹사업 수행 전에 직영점 운영 경험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1+1 제도’는 가맹사업 노하우를 가진 건실한 가맹본부의 안정적 성장을 돕고, 유사 브랜드 난립으로 인한 공동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한 선한 규제로 가맹사업자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