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구성하는 신의 입자로 알려진 ‘힉스 입자’를 발견한 거대강입자가속기를 뛰어넘는 차세대 고에너지 입자가속기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처음으로 실험을 통해 차세대 입자가속기에 쓰일 유력 후보로 꼽히는 ‘뮤온(Muon)’을 가속기에 넣을 수 있도록 길들인 것이다.
국제 공동연구팀 ‘MICE(Muon Ionization Cooling Experiment)’는 세계 최초로 뮤온 빔의 ‘이온화 냉각(Ionization Cooling)’을 구현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온라인에 6일 발표했다.
이번 국제 공동연구팀에 참여한 정모세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교수는 "뮤온을 이용한 가속기 개발의 최대 난제였던 ‘뮤온 위상공간 부피 줄이기’에 성공한 것"이라며 "차세대 경입자 충돌형 가속기(Lepton Collider)를 개발하는 패러다임을 바꿀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뮤온은 우주방사선이 대기권에 충돌할 때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입자로 차세대 고에너지 입자가속기에 쓰일 유력 후보 중 하나다. 이 뮤온을 이용해 입자가속기를 만들면 새로운 고에너지 물리현상도 탐구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뮤온을 다루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뮤온의 수명이 100만분의 2초 정도로 매우 짧아 입자 가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뮤온을 얻으려면 가속기 내에서 강력한 양성자 빔을 특정 표적에 먼저 때리는 과정을 갖는다.
이때 입자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구름처럼 서로 다른 방향으로 퍼져나가 제어가 안되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뮤온을 가속시키기 위해서는 입자의 부피를 줄이고, 일정한 방향성을 갖도록 냉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MICE 연구팀은 1980년대에 이론적으로 제시된 이온화 냉각 방식을 이용해 뮤온 빔을 다루는 데 성공했다. 이 방식은 뮤온 빔이 에너지 흡수체를 통과하면서 이온화 반응을 나타내도록 만든다.
연구진은 이 방법에 따라 뮤온은 부피가 줄고 한 방향으로 정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영국의 러더퍼드 애플턴 연구소의 ISIS 가속기 시설을 사용해 확인했다. 실험 결과 뮤온 빔이 차지하는 공간은 이론에서 예측한대로 제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뮤온 가속기가 개발되면 기존 강입자가속기로는 할 수 없는 힉스입자 성질 파악 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특히 뮤온은 양성자, 중성자와 달리 서로 강한 상호 작용을 하지 않는 ‘경입자(lepton)’의 일종으로 현재 경입자가속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전자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전자를 이용해 금속 가속관을 탑재한 경입자 가속기를 만들게 되면 그 크기가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고 수 조원 이상의 건설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존하는 금속 가속관 기술은 단위 길이 당 에너지 이득이 최대 0.1기가전자볼트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뮤온이 충돌할 때의 힙스 입자 생성 확률이 기존에 있는 전자보다 높아 실제 힉스 입자 성질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며 "가속기 건설 비용도 뮤온이 더 저렴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차세대 가속기는 뮤온으로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