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선들이 복잡하게 엉켜 있다. 과학자들은 뒤죽박죽 엉킨 이 선들에서 동물이 세상을 인지하는 방법을 알아내고 치매 같은 뇌질환을 치료할 단서를 찾고 있다. 실 뭉치가 초파리의 뇌세포들이 서로 연결된 모습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 산하 자넬라연구소의 게리 루빈 박사 연구진은 지난 21일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세계 최고 해상도의 3차원(3D) 뇌지도〈사진〉를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지도는 초파리의 뇌에 있는 신경세포 10만개 중 4분의 1이 사방으로 연결된 시냅스를 2000만개까지 표시한 형태이다. 지금까지 가장 해상도가 높은 뇌지도는 선충의 뇌세포 300개가 연결된 시냅스 7500개를 확인한 것에 그쳤다.
연구진은 뇌지도 작성을 위해 먼저 다이아몬드 칼로 초파리의 뇌를 얇게 잘라냈다. 두께는 머리카락 굵기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이후 전자현미경으로 신경세포들이 전기신호를 주고받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과거에는 연구자들이 이 사진을 보고 시냅스를 일일이 확인했는데, 이번 뇌지도 정도의 정보이면 몇백 년은 족히 걸릴 일이었다. 연구진은 구글의 인공지능(AI)으로 사진 속 이미지를 자동 분류해 그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연구진은 먼저 구글의 AI에 사람이 확인한 신경세포와 시냅스의 사진을 입력해 학습시켰다. 이후 AI가, 표시가 아직 되지 않은 사진을 보고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확인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여기서 잘못된 부분을 찾아 교정해서 AI에 재입력했다. 이 과정을 통해 AI는 50여명의 연구자가 수세기는 걸려야 할 수 있는 시냅스 확인 작업을 2년으로 단축했다.
초파리의 뇌는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고 뇌세포 수도 사람의 860억개에 비할 바 못 된다. 하지만 초파리는 인간과 유전자 60%를 공유하고 있다. 초파리 뇌지도가 인간의 인지 과정과 뇌질환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자넬라연구소는 앞으로 2년 내 초파리 뇌의 나머지 부분에 대한 뇌지도도 완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