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수출물량지수 12월 상승 전환… 반도체 회복 기대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물량지수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수출이 단가 하락의 여파로 감소세를 거듭했던 탓이다. 다만 12월에는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의 수출물량이 플러스(+)로 돌아서 반도체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19년 12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물량지수는 110.30으로 전년대비 2.2% 하락했다. 연간 수출물량지수가 전년대비로 하락한 건 2009년(-0.1%) 글로벌 금융위기 후 처음이다.
지난 한 해 수출물량지수의 하락을 이끈 건 반도체였다. 반도체가 포함된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의 수출물량지수가 전년대비 3.6% 하락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5424억1000만달러)이 전년대비 10.3% 감소한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25.9%나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석탄및석유제품의 수출물량도 3.8% 줄었다. 지난해 연평균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63.5달러로, 2018년(69.7달러)보다 소폭 하락해서다.
다만 12월 기준 수출물량지수(116.50)는 전년동월대비 7.7% 상승하면서 플러스로 전환됐다. 월별 수출물량지수는 2018년 12월부터 11월까지 4월(2.2%) 한 달을 제외하고 역성장을 지속했었다. 이런 흐름이 반전된 건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의 수출물량지수가 14.9% 상승한 영향이다. 지난해 5월부터 마이너스를 지속하다 7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수출금액지수는 107.39로 10.3% 하락했다. 이는 2009년(-16.2%)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17년(14.6%), 2018년(10.5%)에는 두 자리 수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반도체 단가 하락의 여파가 워낙 컸다.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의 수출금액지수는 지난해 21.1%나 하락했다. 다만 월 기준으로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의 수출금액(-9.9%)의 낙폭이 2018년 11월(-2.1%) 이후 최소로 줄어, 반도체 단가가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수입과 관련된 무역지수도 악화됐다. 연간 수입물량지수는 109.35로 이 역시 2009년(-7.4%)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수입은 투자의 선행지표로 평가되는 만큼 수입물량이 준 건 지난 한 해 기업들의 투자수요도 그만큼 감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연간 수입금액지수는 115.95로 6.3% 떨어졌다. 이는 2016년(-7.2%) 이후 3년 만의 하락이다. 수입 역시 12월 기준으로는 물량지수가 4.8% 상승하고, 금액지수의 하락률이 -1.0%에 그치는 등 개선 흐름을 나타냈다.
상품 1단위를 수출한 대금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을 뜻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해 91.81로 전년대비 3.9% 하락했다. 3년 연속 마이너스다. 또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101.27로 6.0% 내렸다. 이는 순상품교역지수와 수출물량지수가 하락한 영향으로, 2008년(-8.0%) 이후 11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