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공을 던지고 개가 물어오는 모습은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동물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 의도를 이해하고 같이 놀 만큼 충분히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가능한 행동이다. 1만5000년 진화 과정에서 개가 습득했다고 생각했던 공 가져오기 행동을 늑대도 이미 할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의 크리스티나 한센 휘트 박사 연구진은 지난 16일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사람이 던진 공을 새끼 늑대가 물고 돌아오는 행동을 처음으로 관찰했다"고 발표했다.

평소 늑대를 돌보던 연구진 대신 낯선 사람이 와서 테니스 공을 방 건너편으로 던졌다. 이후 개에게 하듯 공을 가져오라고 계속 유도하자 13마리 중 3마리가 공을 가져왔다. 한 마리는 실험 3번에서 모두 공을 가져왔고 두 마리는 두 번 성공했다. 휘트 박사는 "새끼 늑대가 사람이 던진 공을 물고 돌아왔을 때 소름이 돋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늑대 13마리를 생후 10일부터 키우며 사회화 과정을 연구했다. 공 가져오기 실험은 생후 8주 됐을 때 진행했다. 2014년과 2015년에 실험한 두 집단은 모두 공을 무시했고 2016년 실험에서는 6마리 중 3마리가 성공했다. 연구진은 "해마다 실험한 집단이 서로 다른 어미에게서 나왔다는 점에서 공 가져오기 놀이가 가능한 유전적 특성이 따로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처음 늑대를 길들일 때 사람과 놀이를 잘하는 개체부터 길들이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공을 물어오는 행동은 늑대에서 개로 길들여지면서 새로 진화한 게 아니라 그런 능력을 가진 야생 늑대만 골라 키우며 개의 특성으로 굳어졌다는 말이다. 늑대와 달리 개가 전분 분해 효소를 갖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는 늑대가 길들여지면서 사람이 준 음식 찌꺼기를 먹을 수 있도록 전분 분해 효소가 진화했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전분을 분해하는 돌연변이가 늑대에게도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늑대 속에 이미 개의 특성이 있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