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주력 부문의 가치사슬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사업다각화를 고민하고 있다. 단순히 건설사업의 시공을 맡는 것만으로는 수익이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한 결과다.

9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종합건설사의 국내 건설 수주액은 최근 들어 감소세다. 2019년 1~9월 국내 건설 수주 누계액은 106조6850억원으로, 직전해 같은 기간보다 0.5% 줄었다. 2017년부터 3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이다. 해외건설협회가 집계한 해외 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12월 2일 기준 179억9708만 달러(한화 약 20조9670억원)다. 지난 2018년 같은 기간 누계금액보다 31% 감소한 액수다.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인 건설사들은 주택·건설 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낼 만한 부동산 개발이나 임대관리 등 종합부동산투자·개발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대우건설은 최근 부동산투자신탁(리츠) 자산관리회사(AMC)인 투게더자산운용을 설립하기 위한 본인가를 받았다. 베트남 하노이 복합개발단지를 담보자산으로 리츠를 만들 계획이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은 신년사에서 AMC를 활용한 투자개발과 자산운용 등 신사업을 강조하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을만큼 새로운 사업 부문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강조했다.

GS건설은 지난해 10월 부동산 운영과 인테리어 전문 자회사인 자이에스앤디를 상장한데 이어 자산운용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부동산 매매·임대·개발과 부동산 관련 펀드 상품을 주력으로 개발·운용하는 지베스코 등과 사업을 연계해 부동산금융에서 개발, 시공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연결하려는 것이다.

‘HDC민간임대주택1호 리츠’를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경기 고양 ‘일산2차 아이파크’ 조감도.

주택 건설 사업이 주력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임대주택 사업에 나섰다. ‘HDC민간임대주택1호 리츠’가 공급하는 첫 번째 민간임대 아파트는 214가구짜리 경기 ‘일산2차 아이파크’다. 2년 단위로 계약해 최장 8년까지 거주할 수 있고, 보증금 액수와 월세 금액을 입주자의 여건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방식인 서울 ‘고척아이파크’도 임대주택 상품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 중에서 가장 발 빠르게 부동산금융업에 진출한 대림산업은 계열사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설립한 대림AMC의 기업형 임대주택 자산을 2020년 말까지 1만가구, 3조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건설 부문 연구원은 "건설업황이 좋지 않은 만큼 앞으로는 건설사들이 이전 같은 시공 중심이 아니라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확장해 이전보다 더 경쟁력 있는 사업모델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