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갈등에 국제유가 상승 "배럴당 70달러 전망"
"원유 공급 늘면서 국제유가 하반기에 안정세"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중동 지역 전운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 국제유가도 당분간 상승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6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0.4% 상승한 63.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5월 1일 이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날 영국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3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0.45% 오른 68.91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브렌트유가 70달러를 돌파한 것은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3일 이란 군부 핵심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공습으로 제거했다. 이에 이란이 미국을 상대로 "가혹한 보복"을 예고하면서 중동 지역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원유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이라 큰 충돌이 없으면 국제유가도 조만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국제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이란이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 우호국의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에 나서는 것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운항을 통제할 경우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겨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호르무즈는 전 세계 원유의 20%가 통과하는 길목이며, 한국으로 향하는 원유 70%가 이곳을 거친다. 이란은 아직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적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는 추세라 단기 충격에 따른 유가 급등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9월 사우디 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은 직후에도 국제유가는 70달러를 돌파했지만, 며칠 만에 다시 65달러선으로 복귀했다. 당시 아람코의 발빠른 대응으로 석유시설 공격이 단기 공급차질에 그친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글로벌 원유 공급 확대 전망에 따른 감산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올해 미국과 노르웨이 등의 원유 생산량이 늘어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면 국제유가도 배럴당 70달러를 넘기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위험으로 국제유가가 단기에 상승한 것은 사실이나 원유시장의 수급도 유가상승에 영향을 줬다"며 "12월 말 기준 글로벌 일평균 원유 수요는 1억 259만배럴, 공급은 1억19만배럴로 수급이 타이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상황이 한달간 지속될 경우 원유재고는 1950만배럴 감소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71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글로벌 원유 공급이 늘면서 평균 59달러로 하락할 전망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