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씨랩' 출신 김용국 대표 "2022년까지 매출 1000억 목표"
'FITT360' 3년 연속 CES 혁신상 수상…신동빈 롯데 회장도 인정한 기술력
"2020년은 360도 웨어러블(Wearable) 카메라가 해외 진출을 시작하는 원년입니다.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 미국 등 해외 바디캠(몸에 부착하는 카메라) 시장을 공략, 2022년까지 회사 매출을 1000억원 규모로 키우겠습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인바디벤처센터에서 만난 김용국 링크플로우 대표(47)는 "최근 중국 차이나모바일 관계사인 지큐브로부터 150억원 규모의 판매 계약을 따내 이달부터 해외 수출을 시작, 올해 회사 창립 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링크플로우는 15년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제품 개발 기획과 정보기술(IT) 솔루션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담당해 온 김용국 대표가 삼성전자 사내 벤처 제도인 ‘씨랩(C-labㆍCreative Lab)’을 통해 창업한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 회사다. 김 대표는 2016년 10월 15년간의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삼성전자에서 링크플로우를 스핀오프(분사) 시켰다. 그는 억대 연봉을 받는 삼성맨이었지만 벤처 창업자의 길을 택했다. 링크플로우는 건설·경호·군사·보안·유통 분야 등에서 바디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링크플로우는 창업한지 만 3년을 조금 넘긴 회사지만 독자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삼성, 롯데, KT 등으로부터 1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 전시회인 CES에서도 혁신상을 수상, 3년 연속 혁신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세계적으로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는 이 회사 제품이 유일하다. 360도 카메라를 만드는 건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지만 웨어러블 형태로 만드는게 기술적으로 까다로워서다. 김 대표는 2016년 출시한 삼성전자의 첫 360도 카메라인 ‘기어 360’을 개발 기획할 정도로 해당 분야 전문가이지만 몸에 부착하는 형태로 360도 카메라를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김 대표는 2016년 분사 후에도 2년여 간 해당 기술을 개발하고 보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이 때문에 창업 초기 2년간 매출이 거의 없었다. 2018년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지만 연 매출 2억원에 그쳤고, 작년 매출은 15억원에 불과했다. 4명이던 직원수도 38명으로 10배가량 늘었지만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롯데의 지원이 컸다. 2017년 롯데 엑셀러레이터가 링크플로우를 지원 기업으로 선정해 사무실을 공짜로 제공했고, 3차례에 걸쳐 25억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보이지 않는 지원도 있었다. 김 대표는 "링크플로우가 이번에 해외 시장 진출을 시작할 수 있게된 건 글로벌 카메라 업체인 캐논의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어서인데 신동빈 회장이 캐논에 소개를 해줬다"면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 링크플로우 제품은 일반적인 360도 카메라와 무엇이 다른가.
"몸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형태라는 점이 차이입니다. 그런데 이게 기술적으로 쉽지가 않습니다. 360도 카메라는 2개 이상의 카메라가 필요한데, 각 카메라와의 거리가 멀면 피사체를 360도 방향에서 촬영하는게 어렵습니다. 보통은 둥근 구형체 형태에 앞뒤로 카메라가 들어가는데, 카메라 센서 간 거리는 1cm 이내로 만들거든요. 저희는 목에 거는 넥밴드 형태로 만들다 보니 카메라 센서 간 거리가 10cm가 넘습니다. 카메라 센서 간 거리가 먼데도 사각지대 없이 피사체를 선명하게 담아내도록 만드게 기술입니다. 또, 몸에 부착한 상태로 움직이면서 촬영하면 흔들림이 심한데 떨림 없이 영상이 찍히도록 방지 솔루션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점도 차이가 납니다."
― 어디에 활용 가능한가.
"처음엔 추억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싶은 용도로 제품 개발에 나섰습니다. 2007년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갔는데 당시 추억과 멋진 풍경들을 생생하게 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출발점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사업 아이디어로 만들었는데 2014년 5월 삼성전자 사내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1000대1 경쟁률을 뚫고 1등을 했습니다. 이후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삼성 사내 벤처제도인 씨랩을 통해 창업을 하게 됐죠.
그런데 실제로 제품 개발을 하면서 추억을 간직하는 것 외에도 다른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예를 들면, 매장 주인이 직접 매장을 가지 않고도 종업원이 착용한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를 통해 매장에 와 있는 것처럼 상황을 체크할 수 있고, 건설 현장에서는 인부들이 이 카메라를 몸에 착용하고 있으면 현장 안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댄스 가수나 백댄서가 이 제품을 착용하고 콘서트를 하면 댄스 가수 옆에서 공연을 직접 보는 것 같은 느낌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폐쇄회로(CC)TV는 사각지대가 발생하는데, 이 제품은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점에서 보안 분야에서 점차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편의점 직원이 이 제품을 착용하고 있는데, 모자를 쓴 강도가 칼을 들고 위협할 경우, CCTV로는 범인의 얼굴을 명확히 잡기가 어렵지만 웨어러블 카메라는 동일한 눈높이에서 촬영할 수 있어 영상 화질이 좋고 사각지대가 없습니다. 통신 기능도 탑재돼 있어 비상 사태시 버튼을 누르면 촬영 영상을 실시간으로 경찰서 등과 공유할 수 있고, 112에 신고도 자동으로 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고객에게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파는 상품들을 촬영해서 실시간으로 공유해 줄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작년부터 KT와 협약을 맺었고 5G 서비스를 통해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 전송하고 360도 영상 통화도 할수 있게 됐습니다. 황창규 KT회장이 작년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면서 저희 제품을 손에 들고 나와 화제가 됐었습니다. 앞으로 이 기술이 B2B 시장에서 활용도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하며, 보안·건설·경호·군사·유통 분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 올해 사업 계획은.
"올해부터 해외 B2B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자 합니다. 지난달 중국 정보기술(IT) 회사인 지큐브와 계약을 했어요. 첫 해외 B2B 계약 수주입니다. 계약 규모만 150억원에 달합니다. 지큐브에 자사 보안용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인 ‘넥스360’을 1만대 공급하기로 했어요. 지큐브는 중국 공동 5G 통신망과 넥스360을 연동하고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를 접목해 스마트보안과 스마트안전 솔루션 구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중국 첫 진출인데, 이를 계기로 향후 중국에서 보안용 웨어러블 카메라의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도쿄올림픽 보안 요원들이 착용할 바디캠 수주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입찰이 다음달에 있을 예정인데 일본 1위부터 3위까지 보안 업체와 접촉을 하고 있습니다. 입찰에 성공하면 7000명의 보안 요원이 저희 제품을 쓰게 될 겁니다. 계약이 성사가 된다면 약 100억원 정도의 추가 매출이 올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희 제품이 도쿄 올림픽에서 보안용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효율성이 크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저희 제품은 타사 바디캠 제품과 달리 사각지대가 없어 적은 인력으로도 보안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입니다. 전 세계에서 360도 바디캠은 현재 저희 회사 제품이 유일합니다."
― 3년 연속 CES 혁신상을 수상한 소감은.
"삼성전자에서 억대 연봉을 받고 안정적인 삶이 보장돼 있었지만 그 길을 포기하고 창업을 택했습니다. 저는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가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확신이 들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당시 삼성이 카메라 사업부를 정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창업을 통해 제 확신을 실현시켜야 했습니다. 창업한지 3년이 조금 지났는데 CES에서 3번이나 혁신상을 받게 돼 큰 힘이 됐습니다. 제가 회사를 나올 때 느낀 확신을 CES도 공감해 준 셈이니까요. 저희 같은 벤처에게 있어 혁신이란 사업을 키워나갈 동력인 것 같습니다."
― 사업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벤처가 겪는 어려움을 꼽으라면 자금 유치와 인재 영입일 겁니다. 처음 창업했을 때 좋은 엔지니어를 영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팬택, LG전자 등 대기업에서 정년 퇴임한 엔지니어들을 영입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현재 38명의 직원 중 28명이 엔지니어입니다.
또다른 어려움은 자금 조달입니다. 계약을 따내서 물건을 생산할려고 해도 돈이 필요한데 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직전 연도 회사 매출을 토대로 제한이 걸립니다. 예를 들면, 벤처가 1000억원치 납품계약을 따내더라도 작년 매출이 20억원 미만이면 은행 대출을 이용해 제품 생산에 드는 비용을 조달하기가 어렵습니다. 중소기업이 납품 계약을 하고도 자금이 없어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정책적인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삼성 씨랩에서 분사된 회사인데 롯데로부터 지원을 받았나.
"2016년 분사했을 때 삼성이 5억원을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롯데 엑셀러레이터도 2000만원을 투자했어요. 이후 2017년 7월 롯데로부터 5억원을 투자 받았고, 2018년 7월에 20억원을 추가 투자 받았습니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저희 제품을 보고 받고 큰 관심을 보였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기술을 활용하면 백화점과 마트 등 원격 매장 관리, 가상 쇼핑몰 구축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앞으로 유통이 가야할 길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해외 진출을 하면서 캐논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롯데 신동빈 회장이 다리를 놓아주신 덕에 협업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롯데 후원에 감사하죠(하하)."
― 향후 포부와 계획은.
"군사 보안용으로 시장 확대를 하고 싶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태국 군대에 소규모로 제품 납품을 시작하는데, 앞으로 미국이나 중국 등으로 군사 보안용 시장을 확대하고 싶습니다.
사업적으로는 2년 안에 매출 1000억원을 넘는게 목표입니다. 작년 글로벌 바디캠 시장 규모가 약 2조원 정도인데, 2년 안에 글로벌 시장에서 5% 이상의 매출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이후 2023년 쯤에는 기업공개(IPO)를 하고 상장을 추진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