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I, "내년 글로벌 반도체 장비 매출 668억불...사상 최고치" 전망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 기미를 보이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에 긍정적인 실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난해 움츠러들었던 반도체 장비 투자도 올해들어선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2021년엔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다는 예상도 나온다.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경.

3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20년 반도체 장비 매출액은 지난해 576억달러에서 5.5% 늘어난 608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장비 매출은 2018년 644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지만, 2018년 4분기 시작된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엔 10.5% 감소했다. 반도체 장비에는 원재료인 웨이퍼(Wafer) 가공 설비, 팹(Fab·공장) 설비, 조립 및 패키징 장비, 테스트 장비 등이 포함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2월 PC용 D램 DDR4 8Gb(기가비트)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2.81달러로 10월부터 3달째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D램 가격은 2018년 9월 8.19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후 1년사이 65% 이상 하락했다. 이후 지난해 4분기 들어 보합을 이어가며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 1분기 이후 D램 가격이 본격적인 상승세로 전환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통상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2~3년을 주기로 등락을 거듭한다. 가격이 한번 상승세로 돌아서면 2~3년간 호황이 계속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SEMI는 업황 개선에 따라 2020년은 물론, 2021년 반도체 장비 매출도 호조를 보인다는 예상을 내놨다. SEMI의 2021년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 예상치는 668억달러에 이른다.

SEMI는 "2020~2021년엔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의 파운드리(위탁생산) 및 로직(논리) 반도체 생산을 위한 10나노 이하의 장비 투자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며 "일부 메모리 투자와 중국의 신규 반도체 프로젝트도 장비 시장 회복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2020년 투자 계획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메모리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D램 생산시설을 이미지센서 양산용으로 전환하고, 구형 낸드플래시 생산을 축소하고 있어 2020년 투자금액이 줄어들 전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만 TSMC 본사 및 팹2 전경.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 업황 개선이 예상되지만, 지난해 실적 악화에 따른 ‘기저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며 "올 한해 메모리는 공급 조절이 계속되고, 파운드리와 디스플레이 중심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메모리 가격 하락기에도 호황이었던 파운드리(위탁생산) 업계에선 올해도 공격적인 투자가 계속될 전망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인 대만 TSMC는 올해 140억~15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0억달러 보다 30억~40억달러 많은 수준이다. TSMC는 7나노 공정 반도체 생산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5나노 신공정 생산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대만 언론들은 TSMC가 5나노 공정을 이용한 칩을 2분기 부터 생산해 애플 아이폰에 독점 공급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세계 메모리 시장 1위, 파운드리 시장 2위인 삼성전자도 올해 투자는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대외불확실성 영향으로 2020년도 투자 규모를 결정하진 못했지만,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극자외선(EUV) 7나노 생산량 확대, QD디스플레이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라며 "메모리는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