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립니다."

30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어머니인 이 고문이 공동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조 회장이 이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했고, 이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며 "모자(母子)는 앞으로도 가족 간의 화합을 통해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고 했습니다.

남매의 난(亂)으로 시작된 한진그룹 집안 싸움이 크리스마스 폭행 의혹까지 터지면서 막장 드라마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뒤늦게 수습 국면에 나선 것입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남동생인) 조 회장이 아버지(고 조양호 전 회장)의 공동 경영 유훈을 어겼다'며 경영권을 건 지분 대결에 나섰고, 조 회장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어머니 집을 찾아가 유리창, 도자기 등을 부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에서 볼썽사나운 집안 싸움이 잇따라 터지자 다른 대기업 오너도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것 아니냐고 전전긍긍해 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한진그룹 집안 싸움에 대해 "핏줄로 기업 경영권을 세습하는 후진적인 시스템의 문제점을 드러낸 전형적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앞서 2014년 12월 대한항공의 항공기 회항 사건 당시, 우리 사회에서는 재벌 3·4세의 안하무인(眼下無人)식 황제 경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된 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연말 사면에서 경제인은 제외해야 한다"는 등 반(反)기업 목소리가 높아, 일부 기업인이 손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연금의 경영권 행사를 옹호하는 여론이 확산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 활동에 나서도록 가이드라인이 바뀌는데, '시범 케이스'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4.11%를 보유한 대주주이고, 내년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과 관련해 치열한 표 대결을 벌여야 하는 조 회장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진그룹은 지난 3월 대한항공 정기 주총에서 고 조양호 회장이 국민연금 등의 반대에 부딪혀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조 회장 일가는 국민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사과문에서 밝힌 것처럼 더 자중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