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한국 주식 매각)가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한국 증시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말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종전 '시장 비중'(market weight·중립)에서 '비중 확대'(overweight)로 상향 조정했고, 모건스탠리 역시 비슷한 시기 '비중 유지'(equal-weight)에서 '비중 확대'로 올렸다. 크레디트스위스, JP모건, 소시에테제네랄 등 글로벌 IB 소속 전문가들도 블룸버그, CNBC 등 경제 방송에 출연해 한국 증시에 긍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글로벌 IB들은 연일 최고치를 다시 쓰는 미국 증시에 대해서는 보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국 증시, 최악 수준이던 올해보다 상대적으로 나아질 것"
미·중 무역 분쟁, 반도체 경기 둔화 등의 이유로 올해 코스피지수는 4% 남짓 오르는 데 그쳤다. 뉴욕 증시의 S&P500 지수가 올해 25%가량 올랐고, 일본 닛케이지수는 20%,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16% 오른 것과 비교하면 크게 뒤처진다. 외국계 IB들이 한국 증시 비중 확대를 추천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올해 국내 증시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미·중 무역 분쟁 등 부정적 요인은 이미 지수에 반영됐고, 코스피가 그동안 부진했던 만큼 상대적으로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역시 "2020년 글로벌 경기 회복과 기술 하드웨어 분야에서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면서 "한국의 EPS(주당순이익) 증가율이 올해 -33%에서 내년 22%로 반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 2.0%보다 높은 2.3%로 전망했고, 기업의 체감 경기를 조사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는 등 국내 경기가 다소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반면 외국계 IB들은 '잘나가는' 미국 증시에 대해서는 신중한 의견을 내놓았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27일(현지 시각) 발표한 전문가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연말 S&P500 지수 전망치 중간값은 3260으로 나타났다. 이는 29일(현지 시각) 종가(3140.98)를 3.8%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S&P 500지수 상승률(25%)과 비교하면 눈높이가 많이 낮아진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주가 등이 미국 증시의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짜고 치는 고스톱'
글로벌 IB들의 한국 증시 추천에 대해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서 발을 쉽게 뺄 수 있도록 일부러 비중 확대 리포트를 내놓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IB들이 한국 바이오주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공매도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결과적으로 이익을 보면서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작전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7일부터 2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순매도액은 4조원을 훌쩍 넘는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객관적으로 분석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내의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도 "리서치 부문과 트레이딩(매매) 부문은 엄격히 분리돼 있기 때문에 '짜고 치는 고스톱'은 불가능하다"면서 "외국계뿐만 아니라 다수 국내 증권사도 올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 국내 증시가 반등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