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핵심 경쟁력은 AI 기술 아닌 '고객 관리 능력'
"많이 힘들지? 우리가 도와줄게" 불황기 소비자 공감이 중요
책임 있는 자본주의, 즉 사회적 가치 중요성 깨달아야
"최고 기술, 1등 제품만으로는 고객을 사로잡을 수 없습니다."
지난 28일 만난 ‘마케팅 고수’ 한상만(58)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불황과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 요구 등 시장 변화로 기업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과거 최고 기술을 바탕으로 1등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전략이 시장에 통했지만 이제는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고객 관리, 공감, 사회적 가치 창출 전략을 대안으로 내놨다. 한 교수는 지난 3월 한국마케팅학회 회장에 올랐다.
한 교수는 고객 관리 전략을 가장 잘 펼치고 있는 기업으로 아마존을 꼽았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데 만족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고객이 또다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죠. 이런 충성 고객 관리 능력은 아마존이 세계 최고입니다."
아마존은 AI(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기존 구매 정보를 바탕으로 추후 고객이 구매할 가능성이 큰 제품을 추천하고 있다. 또 고객이 빠르게 제품을 받을 수 있도록 고객 근처 매장 또는 물류창고에 추천 제품을 미리 보내놓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교수는 "아마존의 가장 큰 경쟁력은 AI 등 기술이 아닌, 고객에 대한 이해와 관리"라고 했다.
한 교수는 소비자에게 심리적으로 다가가는 마케팅 전략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황기에 소비자는 심리적 안정을 원한다. 꼭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뭔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느끼길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고객에게 ‘그래, 많이 힘들다는 거 잘 알아. 우리가 도와줄게’라는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글로벌 석유업체 셸(Shell)의 ‘기름값 아끼기’ 캠페인을 사례로 들었다. "셸은 자사 이익이 줄어들 수 있음에도 ‘타이어 공기압을 적정하게 유지하면 기름값을 줄일 수 있다’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이 캠페인은 소비자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불황에도 셸의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최근 기업들이 주로 쓰는 저가 전략에 대해선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값싼 제품을 만드는 게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가격을 낮추면서 이익률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품질이 나빠지는 등 소비자에게 뭔가 다른 마이너스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한 교수는 사회적 가치 창출 전략도 강조했다. 기업이 과거처럼 회사 이윤만을 추구한다면 소비자, 나아가 사회에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기업이 주주는 물론 고객, 직원, 협력업체, 지역 사회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위한 경영 활동에 나서야 지속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한국마케팅학회 회장으로서 내년 1월 한국판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 선언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8월 아마존·애플·페이스북·JP모건 등 200개 미국 기업 CEO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앞으로 주주 이익뿐만 아니라 고객, 지역 사회 등 이해 관계자의 번영에 노력하겠다고 결의했습니다. 국내 기업도 책임 있는 자본주의, 즉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