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 앤드 플레이(PLUG and PLAY)'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투자를 가장 활발하게 하는 창업 육성 전문회사다. 설립자는 이란계 이민자 출신의 사이드 아미디(Amidi) 회장. 페이팔과 구글 등 창업자의 '신화' 같은 기업이 그가 임대해 준 사무실에서 움을 틔웠다. 아미디 회장이 최근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둘러보려고 서울을 찾았다가 본지를 만났다. 그는 "한국에서 20여개 스타트업 대표와 미팅을 했는데 그들의 기술과 서비스, 열정에 감탄했다"면서 "내년 서울에 사무실을 열고, 한국 스타트업 100곳의 글로벌 진출을 돕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생수 팔아 번 돈으로 벤처에 투자

아미디 회장은 이 중 30개 기업에 직접 투자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그가 투자한 기업은 1000여개. 구글과 페이팔을 비롯해 드롭박스(클라우드), 렌딩클럽(핀테크), 사운드하운드(음악 인식) 등 세계적 IT(정보기술) 기업들을 창업 초기에 발굴해 냈다.

사이드 아미디 플러그 앤드 플레이 회장은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열정에 놀랐다"며 "내년 서울 사무소를 열고 이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아미디 회장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이란의 팔레비 정권이 무너진 직후 미국으로 건너왔다. 미국에서 생수 사업으로 성공한 뒤 캘리포니아 팰로앨토 회사 건물의 남는 공간을 창업 초기 기업에 임대해주면서 스타트업 투자에 눈을 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당시 페이팔 창업자)나 트위터 회장 오미드 코데스타니(당시 구글 고문) 등 오늘날 IT 업계의 거물들이 아미디 회장의 건물에서 일했다고 한다. 그는 "구글 직원이 9명이었을 때 코데스타니는 세상의 모든 정보를 연결하겠다는 꿈을 말했다"며 "바로 그런 열정을 한국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서 봤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플러그 앤드 플레이는 벤처기업을 위해 사무실을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주기도 하고 투자나 교육도 진행한다. 2만6000㎡(약 8000평) 규모 본사 건물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400여개 창업 기업이 입주해 도약을 준비 중이다. 플러그 앤드 플레이는 미국 외에도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멕시코, 아랍에미리트,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세계 주요 도시에 사무실 20곳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300여개 글로벌 대기업, 1100여개 스타트업과 제휴를 맺고 있다.

◇한국과 해외 스타트업 교류 확대

서울 사무실을 열게 되면 한국은 플러그 앤드 플레이의 열두 번째 진출국이 된다. 아미디 회장은 "해마다 전 세계 250여개 창업 초기 기업에 직접 투자한다"면서 "서울 사무소 개소를 계기로 한국 기업과 투자 접점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미디 회장은 한국 스타트업이 플러그 앤드 플레이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과 비슷한 사업을 하는 업체는 도쿄·싱가포르·뮌헨·파리에도 있다"며 "함께 문제를 풀면 그만큼 서비스 개발도 빨라지고 글로벌 진출도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한국 사무실에 입주하는 기업의 40%는 해외 스타트업으로 채운다. 미국 본사에도 현재 4개뿐인 한국 스타트업을 내년 중 2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서울 사무실은 이란의 수도 이름을 딴 '테헤란로' 인근에 둘 계획이다. 그는 "이곳은 한국을 대표하는 IT업체들이 포진해 있고 벤처투자회사도 가까워 이들과 협력 모델을 만들기 매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아미디 회장의 가족은 1970년대 이란에서 섬유·플라스틱 사업을 하면서 종종 한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부친의 섬유 공장에서 한국 기술자와 근로자 1000여명이 일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이란과 한국의 경제 상황은 비슷했지만, 지금 한국은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과 자동차, 가전제품을 만드는 나라로 변했다"면서 "지난 40년간 엄청난 성공을 이룬 한국에서 스타트업과 함께 제2의 도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