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성휘(37)씨의 하루는 인공지능(AI) 스피커가 알려주는 알람 소리로 시작된다.
세수하러 욕실에 들어가며 "따뜻한 물 틀어줘"라고 말하면 AI 스피커와 연결된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차를 몰고 나가는 출근길에선 시선을 돌릴 필요 없이 "20도로 맞춰 줘" "회사 가는 경로 찾아 줘"라는 말로 에어컨과 내비게이션을 조작한다.
귀가 후 세탁은 AI 세탁기가 "합성섬유가 많으니 찬물에 40분만 돌리세요"라고 알려준다. 잠자리에 든 김씨. 코를 골기 시작하니 가슴에 찬 밴드에서 진동이 울려 무의식 중에 자세를 고쳐 눕는다.
AI 기술은 이미 우리 일상의 깊숙한 곳으로 스며들었다. 몇 년 전만 해도 AI는 TV나 냉장고, 에어컨 등 일부 대형 가전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엔 전동 칫솔이나 면도기, 변기 등 주변 모든 사물에 탑재되기 시작하며 편리함을 더해 주고 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모든 물건이 '스마트화(化)'되는 '사물 AI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AI로 치아·수면 관리까지
AI 기술의 일상 침투는 화장실과 주방에서 체감되고 있다. 파나소닉은 최근 AI가 수염 상태를 분석해 면도 시점이나 방식을 추천해주는 전기면도기를 출시했다.
AI가 사용자의 면도 속도와 세기를 학습한 자료를 바탕으로, 현재 수염의 상태를 분석해 자동으로 면도날의 회전 속도를 조절한다. 수염이 많이 났거나 넓게 퍼져 있는 부분에서는 면도날 회전 속도를 평소보다 10% 이상 높이는 식이다.
미국 구강 위생용품 업체 오랄비는 AI 기능이 탑재된 전동 칫솔을 내놨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 앱을 통해 양치질 시간과 잘 닦인 부분과 더 닦아야 할 부분을 알려준다. 칫솔질이 끝나면 얼마나 제대로 닦았는지를 점수로 표시해주는 기능도 있다.
독일 콜러는 올 1월 'CES 2019'에서 음성 명령으로 수돗물을 틀 수 있는 '스마트 수도꼭지'를 공개했다. 아마존 AI 비서 알렉사를 통해 말로 수도꼭지를 열고 닫을 수 있다. '물 1L 따라줘'라고 말하면 정확하게 그만큼 물이 나온다.
일본 주택설비업체 릭실(Lixil)은 변 모양과 크기로 건강 상태를 판정하는 변기를 개발하고 있다. AI가 변의 모양을 고성능 카메라로 촬영, 변의 상태를 7단계로 나눠 분석한다.
자동차는 AI가 가장 활발히 적용되는 분야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출시한 신형 쏘나타에 AI 비서 '카카오i'를 탑재했다. 뉴스, 날씨 브리핑을 듣거나, 간단한 명령어로 간단한 조작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창문에 성에 없애줘"라고 말하면 자동으로 히터가 켜진다. 독일 BMW도 올해부터 음성 인식 시스템을 적용해 목소리로 주소를 검색하거나 전화를 걸 수 있다.
AI는 수면 질(質)을 높여주기도 한다. 네덜란드 전자업체 필립스는 최근 코골이를 줄여주는 스마트 밴드를 선보였다. AI가 평소 코 고는 소리와 수면 자세를 분석해 어떤 상태에서 가장 코를 심하게 고는지 알아낸다. 이후 코를 골면 가슴에 찬 밴드에서 진동을 울려 사용자가 자세를 바꾸도록 한다. 아침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간밤의 수면 내용을 분석해 알려준다.
◇책상 위 쓰레기 청소하는 로봇도 개발
사람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도 AI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구글 산하 R&D(연구·개발) 전문기업 '엑스(X)'는 지난 22일(현지 시각) 사무실 청소 로봇을 개발하는 사업인 '에브리데이 로봇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4개 바퀴가 달린 1m 높이 로봇이 사무실을 다니며 직원들의 책상 위를 정리한다. 평소 사무실 내 직원들이 사용하는 컵과 볼펜 등 1000가지가 넘는 행동 패턴을 분석해 정해진 시간마다 물품을 제자리에 두거나 쓰레기를 거둬가 버린다. 로봇팔이 일회용 테이크 아웃 잔을 들어보고 내용물이 없으면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고, 플라스틱과 종이를 구분해 분리수거도 한다.
구글 관계자는 "기보(棋譜) 없이 바둑을 배운 딥마인드의 '알파고 제로'처럼 사람이 일일이 프로그래밍하지 않고 스스로 학습해 일상에서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냉장고·세탁기 등에 적용된 AI 기술도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LG전자의 AI 드럼세탁기는 AI가 의류 재질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최적의 세탁 방법을 제시한다. 세탁기 안에 옷가지들을 넣으면 자동으로 의류 무게를 감지하고, 재질을 판단해 가장 좋은 세탁 코스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일반 드럼세탁기와 성능을 비교한 실험에서 AI 세탁기가 옷감을 보호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