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자리로 소득보전 늘었지만 사업소득은 급감
"내수 불황으로 경제적 지위 추락하는 자영업자 증가"
소득 5분위 배율 5.37…"글로벌 금융위기후 최대 수준"

경기 부진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어나면서 올해 3분기 가계 사업소득이 통계작성 후 가장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내수불황 여파로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등의 사업소득 감소로 전국 가구의 3분기 소득 증가율도 지난 2분기에 비해 둔화됐다.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서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을 늘렸고, 기초연금 인상·근로장려세제(EITC) 지급 확대 등으로 인한 공적 이전소득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지만, 자영업자 부진이 정부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층간 소득 불균형 정도를 보여주는 처분가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사상 최대치(5.52배·3분기 기준)였던 지난해 3분기보다는 낮지만, 2009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5.37배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소득불균형 개선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선일보DB

◇중산층 이상 사업소득 감소…"자영업자 경제 지위 하락"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 소득은 487만6900원으로 전년대비 2.7% 증가했다. 지난 2분기 소득 증가율은 3.8%였다. 지난해 3분기 증가율(4.6%)에 비해서는 2%P(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소득분위별 전체소득은 2~4분위의 증가율이 두드려졌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소득은 137만4400원으로 전년대비 4.3% 증가했다. 2분위(298만2100원)는 4.9%, 3분위(431만9300원) 4.1%, 4분위(590만3900원) 3.7%, 5분위(980만200원) 0.7%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소득증가율이 둔화된 주된 이유는 자영업자들의 소득으로 포착되는 사업소득이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국 가구의 3분기 사업소득은 87만9800원으로 4.9% 줄었다. 2003년 통계작성 후 가장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전국 가구의 사업소득은 지난해 4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감소 중이다.

사업소득 감소는 중산층 이상 계층인 3~5분위에서 나타났다. 3분위 사업소득은 86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4분위와 5분위도 지난해 3분기보다 각각 10.0%와 12.6% 감소한 106만300원, 154만800원에 그쳤다. 소득 하위 20%와 20~40%인 1·2분위는 사업소득이 각각 전년 대비 11.3%와 15.7%씩 증가한 24만400원, 69만3500원으로 조사됐다.

사업소득 감소가 오래 지속되면서 자영업자의 경제적 지위가 하락하는 모습도 관찰된다. 소득 5분위에 속했던 자영업자가 4분위, 3분위로 내려가는 형태의 지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경기 부진으로 자영업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가구 사업소득이 크게 감소한 것이 전체적으로 소득증가율 둔화로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업황 부진으로 자영업에 속한 가구의 경제적 지위가 하락하는 추세가 광범위하게 관찰된다"고 말했다.

사업소득 뿐만 아니라 재산소득도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전국 가구의 재산소득은 2만100원으로 전년대비 2.5% 감소했다. 1분위 재산소득은 25.7% 급감했다. 2분위는 19.5%, 3분위 12.6%, 4분위 10.0%씩 줄었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는 재산소득이 35.3% 급증했다.

◇세금 일자리·소득보전 확대에도 소득불균형 심각

사업소득과 재산소득이 감소했지만, 근로소득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정부의 일자리 사업 등이 근로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전체 가구의 근로소득은 336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2분위 근로소득(163만6700원)은 1.4%, 3분위(282만200원)는 5.8%, 4분위(427만2000원) 7.7%, 5분위(762만4300원)는 4.4% 증가했다. 그러나 소득 하위 20%인 1분위는 44만7700원으로 지난해보다 6.5% 줄었다.

기초연금, EITC 지급 확대 등으로 정부가 소득을 보전해주는 공적 이전소득도 크게 늘었다. 전체 가구의 이전소득은 전년 대비 8.6% 증가한 60만300원으로 집계됐다. 1분위 이전소득(67만3700원)은 전년 대비 11.4%, 2분위(63만5000원)는 5.0% 증가했다. 3분위(60만9600원)와 4분위(54만5200원)도 각각 6.2%와 6.8%씩 늘었다. 5분위 이전소득(53만8000원)도 전년 대비 14.6% 증가했다.

이전소득 증가 등 정부 지출이 증가하면서 전체의 가구의 비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6.9% 증가한 113만8200원으로 통계 작성 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세금 등 경상조세가 12.7%, 연금 5.9%, 사회보험 7.5%, 이자비용 10.9%씩 증가했다.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은 373만8700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에 그쳤다. 1분위(1.5%), 2분위(4.7%), 3분위(2.3%), 4분위(3.4%) 모두 증가했지만, 5분위는 0.9% 감소했다.

근로·이전소득 중심의 소득 증가세가 나타났지만 소득불균형 정도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37배로 3분기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9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소득분배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개선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상영 과장은 "정부 정책 효과가 반영되지 않은 시장소득 기준 5분위 배율 9.13배에 비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에 정책효과가 미약하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면서 "고령화 등으로 소득불균형이 확대될 요인이 많았기 때문에 정부 정책이 소득불균형을 완화시켰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