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선물에서 3455억원, 유가증권시장 현물에서 3343억원을 파는 등 매도 공세를 일삼으면서 한국 증시는 1% 넘게 뚝 떨어졌다. 미국 증시는 연일 신고점을 경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투자자들에겐 남의 일이었다. 장 초반만 해도 외국인과 같이 주식을 팔던 연기금이 오후 들어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그래도 버텨내지 못했다.

2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7.92포인트(1.30%) 하락해 2125.32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 또한 12.66포인트(1.91%) 하락해 649.87로 밀려났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팔았고, 기관이 동참했다.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87억원, 코스닥시장에서 817억원을 팔았다. 기관 중 연기금만 순매수였다. 연기금은 현물 1015억원, 선물 126억원을 사들였다. 다만 코스닥은 5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개인만 이것저것 할 것 없이 사들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3613억원 순매수했고, 선물은 1658억원 사들였다. 코스닥도 1073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 매도 이유는 MSCI 리밸런싱으로 추정된다. MSCI는 중국 A주 비중을 5% 추가 편입하고, 그 폭만큼 한국 증시를 줄일 계획이다. 집행은 26일 장 마감 동시호가에서 진행되지만 일부 운용이 자유로운 글로벌 펀드는 이날부터 편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2~3% 떨어지는 등 대부분 종목이 내렸다. 특히 코스닥은 1000개가 넘는 종목이 하락했다. 상승 종목은 양시장을 합해 346개사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바닥 확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초 저점과 비교해 40% 넘게 오른 상황이다. 그나마 두 회사가 버텨 지수가 2100포인트선에 머물고 있는데, 만약 반도체 반등이 지연될 경우 지수 레벨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낙관적인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코스피지수가 24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주가이익비율(PER)은 13배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고점이었던 당시와 유사해진다.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목표치인 2400포인트는 PER 자체로는 불가능하지 않다"면서도 "반도체는 이미 역대급 상승을 시현했는데, 만약 12월에도 반도체 가격 반등이 없다면 실적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