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절차를 밟다가 너무 큰 덩치 때문에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고 상장을 철회했던 홈플러스리츠가 내년에 재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는 최근 금융권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리츠를 다시 해보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다만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지난 9월 2조원대 인수금융을 리파이낸싱(재대출)했다. 당초 리츠 상장으로 조달해 갚으려던 대출을 사실상 연장한 만큼, 당장 재추진하기보다는 내년 중 리츠와 관련한 시장 분위기를 보고 진행 시점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 강서 본사 전경.

홈플러스는 지난 3월 홈플러스리츠 상장을 철회하면서 법인을 해산시켰다. 이후 MBK파트너스는 2조15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연장했고, 현재는 홈플러스와 홈플러스홀딩스, 홈플러스스토어즈 등 3개 회사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리츠 설립 등 부동산을 활용해야만 7조2000억원에 달하는 인수금액을 넘어 차익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가치는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홈플러스는 전체 매장이 140개이며 이 가운데 59개가 임대매장이고 81개의 매장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51개를 홈플러스 리츠에 편입시켰는데, 부동산 감정가만 4조3230억원이 나왔다. 나머지 30개 매장의 감정가는 대략 2조5000억원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 사업 자체는 유통업이 불황이라 프리미엄이 거의 없어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을 활용하는 방안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홈플러스리츠가 상장을 추진했던 지난 3월만 해도 리츠 투자열기는 최근처럼 뜨겁지 않았다. 공모 규모만 1조7274억원이다 보니 시장에서 소화되기 힘들었다. 하지만 홈플러스리츠 철회 이후 분리과세, 세율 인하(14%→9%) 정책 등이 발표되면서 리츠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부의 리츠 활성화 방안이 나온 직후 공모 청약을 받은 롯데리츠는 청약 때 무려 4조7000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공모가를 밑돌거나 공모가 인근에 있던 이리츠코크렙(088260), 신한알파리츠(293940)등은 주가가 40~50% 상승했다.

상장 철회 직후 리츠 활성화 방안이 나오자 MBK파트너스 내부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와 연대해 해외 세일즈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이 수혜를 롯데리츠가 가져갔다는 평가도 있다. 외국인은 롯데리츠 지분을 약 7%가량 사들였다.

내부에서는 두번째 시도는 자신 있다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가치 입증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말 홈플러스 부천 중동점 부지를 대우건설(047040)에 매각했는데, 대우건설이 이를 오피스텔(부천 신중동역 푸르지오시티)로 분양해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2월 청약을 받았는데 경쟁률은 22대 1을 기록했고, 계약도 순조롭게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의 수요도 충분하다. 한 증권사 PB는 "롯데리츠는 경쟁률이 63대 1을 넘었고, 20일까지 공모 청약을 받는 NH프라임리츠는 공모규모가 적어 PB들끼리는 최대 1000대 1까지 보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투자자 수요만큼 배정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홈플러스리츠 상장이 언제 다시 추진되느냐고 묻는 고객이 많다"고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리츠는 배당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부동산 가치가 있어야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면서 "홈플러스의 경우 중동점 개발 사례로 리파이낸싱 작업도 순조로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조원에 달하는 공모 규모는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어 2~3개로 나눠서 상장하는 방안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