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분양권 호가가 불과 두어 달 만에 수억원씩 치솟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 시행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탓에 주택 공급이 늦어지고 결국 새 아파트 희소성은 더 부각할 거라고 기대한 집주인들이 일제히 호가를 올리는 것이다. 집값 잡으려고 시행하는 규제가 집값을 더 올리는 모양새인데,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3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대흥동 ‘신촌그랑자이’ 분양권은 지난 7월 전용면적 59.98㎡가 10억4500만~10억5000만원, 84.98㎡과 84.99㎡는 각각 13억5000만원과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3개월쯤 지난 현재 호가는 3억원쯤이 올랐다. 공인중개업소에 나온 매물들을 보면 전용 59.98㎡의 호가는 14억원, 84㎡의 호가는 17억5000만원에 달한다. 분양가가 전용 59㎡의 경우 6억3700만~6억7000만원, 84㎡는 7억7800만~8억47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난 8월 전용 84.93㎡ 분양권이 13억3566만원에 거래된 마포구 신수동 ‘신촌숲아이파크’ 분양권을 팔려는 사람들도 최근에는 최소 15억원 이상의 가격을 부르고 있다. 1997년에 지어진 인근 구축 아파트인 신촌삼익의 경우 8월 8억5000만원에 거래된 전용 84.85㎡의 호가가 현재 최고 9억2000만원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신축의 힘이 얼마나 센지를 알 수 있다.
동작구 사당동 ‘롯데캐슬골든포레’는 8월 전용 84.98㎡과 84.99㎡ 분양권이 9억8390만~10억1100만원에 매매됐지만, 현재 호가는 12억원대에 이른다. 1999년 지어진 인근 사당자이 전용 84.49㎡가 9월 7억6500만원에 매매됐지만, 현재 호가는 8억원 안팎인 걸 비교하면 역시 신축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프리미엄(웃돈)이 덜 붙는다는 동북권 아파트 분양권도 호가 상승이 만만치않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꿈의숲효성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67㎡ 분양권은 지난달 7억278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8억3000만원까지 올라 있다.
분양가상한제 지정 요건 완화를 포함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미 시행됐다. 구체적인 상한제 대상 지역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11월부터 지정된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 전 자치구가 당장 타깃이 됐고 ‘강남 3구’ 등이 지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부는 분양가가 싸지면 그 효과로 인근 집값이 내릴 것으로 기대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반대의 효과를 예상하는 경우가 많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당장은 상한제가 적용될 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최대 10년간의 전매제한과 2~3년간의 실거주 요건 등도 있어 청약이 아닌 곳에서 집을 찾으려는 수요자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결국 분양권·입주권이나 5년 이하 신축아파트에 관심이 더 쏠릴 구조여서 분양권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공급위축에 대한 불안감과 저금리,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맞물린데다 분양권은 실물이 없는 금융자산의 성격이 강해 금융환경에 예민하게 움직이는 측면도 있다"면서 "분양가 상한제가 가져올 공급 부족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가격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