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피자 체인업체 도미노피자는 최근 호주·뉴질랜드의 매장 800곳 조리실 천장에 인공지능(AI) 카메라를 설치했다. 주방에서 피자를 만드는 직원을 촬영해 제대로 만들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점검'하기 위해서다. AI 카메라는 피자에 치즈가 고르게 뿌려졌는지, 토핑 개수가 적당한지, 고객이 주문한 것과 일치하는지 등을 분석한다. 만약 이 중 하나라도 잘못됐다면 알람이 울린다. 피자를 다시 만들라는 뜻이다.

이 회사가 조리 현장에 AI를 도입한 이유는 들쭉날쭉한 피자 품질 탓에 고객 불만이 높아져서다. 피자 종류별로 조리 방법을 규격화했지만,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탓에 '맛이 이상하다' '토핑이 적다'는 항의가 나왔다. 이 회사는 AI 시스템 도입 이후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AI에게 피자 130만판을 점검토록 하니 고객들이 매긴 만족도 점수는 15% 이상 올랐다.

도미노피자 측은 "AI 카메라는 실수한 직원에게 페널티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피자 품질을 높이기 위한 차원의 혁신"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는 기분"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범인 잡는 AI, 대중 통제 악용 우려

AI가 생산 현장과 일상생활에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사람이 놓치기 쉬운 오류를 잡아내 일의 효율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원 감시나 무분별한 개인 정보 수집으로 악용되는 'AI 빅브러더'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AI 기술에 대한 반응은 점점 양극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AI 기술이 적용된 얼굴 인식 카메라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 AI 얼굴 인식 CCTV를 2000만대 운영하고 있다. 미국 올랜도 경찰청과 워싱턴카운티 경찰청은 최근 아마존의 얼굴 인식 시스템을 도입해 범인 검거에 활용하고 있다. 한 화면에 찍히는 수백~수천명의 얼굴을 동시에 인식해 미리 저장된 데이터베이스의 얼굴 사진과 비교, 범죄 용의자나 미아(迷兒)를 찾는다.

영국 사우스웨일스 경찰은 2017년부터 모든 경찰차에 일본 통신·전자기업 NEC의 얼굴 인식 시스템을 적용, 범죄 용의자 58명을 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치권 등 일각에선 "허락 없이 촬영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지적도 쏟아진다. 정부나 기업이 얼굴 인식 카메라를 불특정 다수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권에 반대하는 인사를 감시하는 용도로도 쓸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신장위구르 지역에 얼굴 인식 CCTV를 집중 배치,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스피커 이용자 목소리 녹음해 분석

가정에서 인기가 높은 AI 스피커도 사생활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초 미국에서는 구글과 아마존, 애플 등이 AI 기기로 확보한 이용자의 목소리를 녹음해 분석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각 업체는 "음성 인식률을 높이기 위한 자료로 활용했다"고 밝혔지만 이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와 정보 유출 가능성이 제기됐다. 애플은 AI 비서 '시리'를 통해 이용자의 의료 정보와 성(性)생활과 관련된 음성 정보까지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들도 AI 스피커 이용자들의 음성을 녹음하고 이를 문자로 입력하는 분석 작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더 큰 개인 정보 유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독일 사이버 보안 업체 'SR앱'은 최근 구글 홈과 아마존 알렉사를 통해 집 안에서 사람들이 하는 대화를 몰래 수집하고, 각종 비밀번호 등 개인 정보를 훔칠 수 있는 가짜 앱을 개발해 시연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 앱은 '오늘의 별자리 운세'를 알려주는 앱으로 위장해 사용자가 "오늘 운세 알려줘"라고 말하면 적당히 운세 정보를 알려준 후, 집 안에서 들리는 소리를 모두 녹음해 해커의 서버로 전송한다. 외부에서 원격으로 앱을 조작, 사용자에게 업데이트를 위해 패스워드를 알려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외신들은 "구글과 아마존의 보안 프로그램으로는 이 업체의 해킹 시도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