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엔 '뉴트로 패션'으로, 중년엔 '키 높이 운동화'로 인기
어글리슈즈, 신발 카테고리로 정착…휠라 올해 판매량 1000만 족 넘을듯
푸마·리복 등도 신제품 출시 봇물
"고등학생 딸이 신는 운동화를 신어봤는데, 생각보다 편해요. 키 높이 효과도 있고(웃음). 그래서 저도 무난한 디자인으로 하나 장만했어요."
주부 김미현(45) 씨는 최근 운동화 한 켤레를 샀다. 촌스럽고 투박한 디자인의 어글리슈즈다. 처음엔 학생들이 신는 신발이라고 생각했는데, 신어 보니 편하고 스타일도 좋아 구매하게 됐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어글리슈즈의 인기가 연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명품에서 시작된 어글리슈즈는 1년 사이 국내 패션가를 장악했다. 올 상반기 국내 패션 기업들의 매출을 살펴보면 삼성물산(028260)패션부문, LF(093050)등 패션 대기업은 매출이 한 자릿수 신장에 그쳤지만, 어글리슈즈 등 운동화 판매에 주력한 휠라코리아, F&F의 매출은 각각 22%, 30% 신장했다.
휠라코리아의 경우 신발 판매량의 절반이 어글리슈즈다. 누적 판매량 100만 족을 돌파한 어글리슈즈도 3종이다. 2017년 7월 출시한 ‘디스럽터2’는 올해 9월까지 300만 족이 팔렸고, ‘휠라레이’(2018년 1월 출시)는 230만 족, ‘바리케이트XT97’(2018년 11월 출시)은 120만 족이 팔렸다. 업계는 휠라코리아의 올해 신발 판매량이 1000만 족을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1~10위가 모두 어글리슈즈였다"며 "편안함과 개성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어글리슈즈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라고 했다.
어글리슈즈의 유행이 1년 넘게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식상하다’, ‘끝물이다’라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발렌시아가, 구찌, 루이비통 등 명품들은 여전히 어글리슈즈를 대표 상품으로 내세운다. 구찌의 가을 패션쇼에서는 여성 모델이 핸드백 대신 어글리슈즈 한 켤레를 손에 쥐고 나왔고, 발렌시아가는 내년 봄 패션쇼에서 앞코가 납작한 어글리슈즈를 새롭게 선보였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한 트렌드가 1년 이상 간다는 건 유행을 넘어 카테고리가 됐다는 증거"라며 "올가을엔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을 적용한 어글리슈즈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중년 소비자들도 투박한 운동화를 찾는 추세"라고 했다.
휠라는 과감한 디자인의 밑창과 브랜드 로고를 적용한 ‘오크먼트 TR’ 슈즈와 ‘휠라바리케이드XT97 테이피테잎’을 신상품으로 출시했다. 푸마는 2000년대 초반 선보인 트레일화(거친 지형에 적합한 러닝화) ‘트레일폭스’를, 어글리슈즈의 대명사인 리복 ‘인스타펌프 퓨리’는 90년대 스포츠 스타를 콘셉트로 한 신상품을 선보였다.
유통가도 어글리슈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아웃도어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과 함께 어글리슈즈를 출시해 2주 만에 1500족을 팔았고, GS샵은 휠라의 ‘트리덴트 라인 어글리 슈즈’를 단독으로 선보였다.
어글리슈즈의 가격 경쟁력도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주요 인기 제품의 가격은 6만~8만원대로,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휠라의 경우 6만9000원짜리 운동화가 10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어글리슈즈 시장을 선점했다. 후발주자들도 가격을 이에 맞추는 추세"라고 했다.
어글리슈즈가 유행하자 옷차림도 이에 맞는 차림새가 유행이다. 올가을에는 양털처럼 가공한 플리스 재킷(뽀글이 재킷)과 복고풍의 짧은 숏패딩, 복고풍의 체크 재킷 등이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