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면세점63, 영업적자로 조기폐점
따이궁 중심 면세점 시장에 빠른 철수
면세업계, 시내면세점 증가에 걱정 커져
27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갤러리아면세점 63. 금빛 63빌딩 건물 1층이 황량하게 비어있었다. 면세점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입생로랑, 구찌 매장은 상품 하나 없이 매대만 남아있었다.
면세점 내부 상황도 비슷했다. 구매 가능한 마지막 날이지만, 판매할 상품을 보유한 매장은 다섯손가락 안에 꼽혔다. 총 4개 층(지하 1~3층), 360여 개 브랜드가 있었던 이곳에는 적막감이 가득했다. 3시간동안 폐점 소식을 몰랐던 손님 2~3명만이 면세점에 방문했다 발길을 돌렸다.
지하 1층에 있는 40여 개 브랜드 중에서 샤넬과 화장품 편집숍 단 두 곳만 영업하고 있었다. 편집숍 직원은 "구찌 등은 8월 말부터 철수했다"며 "오늘 구매한 고객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2층 직원들은 재고를 박스에 집어넣고 옮기기를 반복했다. 고급시계와 보석을 판매하던 1층과 식품·담배를 판매하던 3층은 매장 철수로 진입조차 불가능했다.
갤러리아 면세점이 오는 30일 3년 반만에 폐점한다. 면세점 사업권 기간은 내년 12월이지만, 면허기간(5년)을 채우지 않고 자진 반납하는 것이다. 갤러리아면세점은 지난 3년 간 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 상반기에도 백화점 영업이익(138억원)보다 큰 영업손실(201억원)을 기록했다.
한화 갤러리아그룹은 2015년 말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벚꽃축제와 불꽃놀이, 아쿠아플래닛을 중심으로 관광객을 모으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2016년 상반기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가시화되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갤러리아면세점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끊기고 따이궁(代工·보따리상) 중심 시장으로 바뀌자 어려움을 겪었다. 롯데(명동)·신라(장충동)·신세계(회현)와는 달리 지리적 위치가 좋지 않은 데다, 강남권 면세점처럼 송객수수료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실적에 타격만 입었다.
이날 면세점을 찾은 중국인 남성 A(33)씨는 "이틀에 한번 정도 시내 면세점을 찾아 1만 달러(1200만원)어치의 화장품을 구매한다"며 "신세계·롯데·현대는 선불카드 행사가 많은데, 여기는 행사도 별로 없어 자주 찾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내데스크 직원도 "주로 중국인 고객들이 오긴 했는데, 오늘처럼 한산한 편이었다"고 했다.
한화 갤러리아그룹은 면세점 사업을 마무리 지으면, 백화점 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브랜드는 5월 중순부터 세일을 진행했고, 6월부터는 매장 영업시간을 2시간 30분 단축운영했다. 지난달부터 IWC 같은 고급 시계브랜드, 명품 브랜드 등이 매장을 비웠다.
면세점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할인행사를 해서 재고가 거의 없지만, 남은 상품은 멸각(滅却·관세청으로 이관돼 불태우는 것) 과정에 들어간다"며 "면세점 소속 직원은 내년 2월 문을 여는 광교점이나 원하는 근무지에 순차적으로 재배치 중"이라고 했다.
면세업계는 따이궁 의존현상이 지속되면, 사업권을 포기하는 시내면세점이 추가로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2015년 허가를 얻은 두타면세점은 지난해까지 6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SM면세점은 3년간 693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1973년 종로에 문을 연 동화면세점, 지난해 문을 연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시내면세점 수가 2015년 6개에서 지난해 13개까지 두 배 이상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적자 배경으로 꼽힌다.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 3개를 신규로 발급하면,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신규면세점이 경쟁심화와 대기업 위주 면세점 구조를 따라가기 어려웠을 것 같다"며 "면세점들이 연쇄 사업 철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올해 흑자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빅3 면세점(롯데·신라·신세계)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등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며 "시내면세점이 늘어나면 출혈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