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패스트푸드점엔 음식 주문을 받는 사람이 없다. 전자 키오스크에서 원하는 메뉴를 터치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한다. 기업의 콜센터도 바뀌고 있다. 대화창에 궁금한 것을 입력하면 챗봇(chatbot·사용자의 질문에 알맞은 답을 찾아 제공하는 인공지능)이 알려준다.
최근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이 사용되면서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아디다스가 2016년 독일에 설립한 신개념 공장 '스피드 팩토리'는 과거 600명에 달했던 생산직 대신 단 10명의 인력이 일한다. 스피드 팩토리 사례를 보면 앞으로는 공장에 로봇 팔과 컨베이어벨트, CCTV만 필요하고 사람은 없어도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공장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문직 역시 크게 변하고 있다. IBM의 암 진단용 인공지능 ‘왓슨포온콜로지’가 높은 성과를 나타내고, 신문기사를 쓰는 인공지능이 널리 사용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직 일자리를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있다. 아직 모든 기능을 다 갖추지는 못하고 부분적으로만 이용되고 있지만 서서히 그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어 그 누구도 내 자리는 안전하리라 안심할 수 없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사람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날 것이다. 알파고가 바둑에서 더 이상 인간에게 패하지 않는 것처럼 여러 업무에서 사람이 인공지능을 절대로 이기지 못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법원에서 판례를 찾아 분석하는 일은 잘 발달한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다. 지금은 판사들의 고유영역처럼 보이지만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대신할 것이다.
특히 전문직 업무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경우 줄일 수 있는 인건비가 크다. 따라서 투자대비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인공지능으로 전문직을 대체하는 것이 단순노동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보다 더 매력적이다. 오히려 단순노동 중에서 로봇으로 대체해도 인건비를 별로 절감할 수 없는 분야의 종사자가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일자리간 임금격차를 더 확대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한 현상이라 볼 수 없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돼 기존의 일자리들이 없어지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최근 대학을 중심으로 융복합과정이나 산학협동과정 등을 통하여 새로운 인재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정부에서도 미래 산업을 이끌 새로운 인재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인재들은 여전히 개발을 위한 기술 습득에만 몰두하고 있다. 소위 문과생들도 4차 산업을 위한 인공지능 언어를 배우려 노력하고 있다. 연구과제도 개발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벤처기업이나 창조적 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학 역시 공대에만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기술 발전이 부강한 국가의 기반이 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미래의 인재들이 기술만으로 길러지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AI시대의 고등교육’ 저자 조지프 아운(Joseph Aoun)은 "향후 미국 대학의 차세대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지향점은 인문학과 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전인교육 모델인 인간학(Humanics)"이라면서 기술(tech), 데이터(data), 글을 읽고 쓰는 능력(literacy)이 인간학의 기초라고 했다. 미국 대학들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는 통섭과 전공 간 융합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과 인간에 대한 이해력을 증진하는 '소프트 스킬'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공학만큼 인문학도 중요하다. 기술과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사람에 대한 이해 역시 없어서는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기술과 데이터로 구현하는 일이다. 사람과 기술을 동시에 잘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대학의 동향과 정부의 지원방향은 주로 데이터를 잘 다루는 기술자를 먼저 육성한 다음에 이들이 인간에 대한 이해력을 갖기를 희망하는 것 같다. 반대로 인간을 이해하는 교육을 먼저 시킨 다음, 기술과 데이터에 대한 이해력을 키워주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기술적인 문제는 인공지능의 힘을 빌어 해결할 수 있다. 코딩하는 인공지능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인간을 이해하는 인공지능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공통적이다. 이와 같이 우리는 두 가지 방향 중 하나를 간과하고 있다.
최근 문과계열 학생들은 ‘문송’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한다.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말이다. 취업도 되지 않을 뿐더러 기술하나 못 배운 모자란 사람이라는 탄식이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기술은 사람을 도구로 전락시키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사회를 위해서는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문과생이 기술에 대해 이해하고, 인간을 보다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나서야 하는 이유다. 더 이상 ‘문송’한 젊은이들이 인간에 대한 이해를 포기하고, 기술 습득에만 몰두하는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