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A 과도한 호텔 수수료 논란
OTA 의존도 높은 중소 호텔일수록 수수료율 높아
최저가 보장 요구에 후발 OTA 경쟁 제한 문제…소비자 혜택도 줄어
부킹닷컴, 아고다 등 글로벌 대형 온라인여행사(OTA)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영업방식에 호텔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홍보할 수단이 약한 일부 중소 호텔들의 경우 글로벌 OTA 의존도가 높아 객실료의 20%가 넘는 금액을 수수료로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장점유율이 낮은 신규 OTA가 호텔 객실을 싸게 팔아 고객 모집에 나서려고 해도 글로벌 OTA도 동일한 최저가 보장을 요구하고 있어 경쟁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글로벌 OTA 의존도 높은 4성급 이하 호텔 수수료율 25% 넘어
28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OTA가 국내 5성급 특급호텔을 비롯, 4성급 이하 호텔들에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수수료는 객실 판매료를 기준으로 지급되는데 국내 특급호텔의 경우 16% 이상의 수수료가, 4성급 이하 일부 호텔들의 경우 25%가 넘는 수수료가 붙는 것으로 알려졌다.
4성급 이하 호텔들은 협상력이 약해 글로벌 OTA가 수수료를 높게 요구해도 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체 홍보 수단이 약해 글로벌 OTA를 통하지 않고선 해외 관광객에게 객실을 판매하는데 한계가 있어서다.
한 4성급 이하 호텔 관계자는 "기본 수수료율이 15%대였는데 3%를 올려줘야 추천 호텔 노출 순위를 올려준다고 해서 18%로 수수료율을 상향한 적이 있다"며 "이렇게 안하면 노출 순위가 700등 밖까지 밀려나 '울며 겨자먹기'로 상향하는 호텔들이 많다"고 했다.
또다른 4성급 이하 호텔 관계자는 "신규 호텔들은 25%의 수수료율을 제시받고 있다. 객실 타입별로 25%의 수수료율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며 "외국인 방문객이 많은 명동 쪽은 객실 예약 80% 이상이 OTA에 의존하고 있어 더 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이름이 있는 5성급 특급호텔들도 15%가 넘는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호텔업협회가 2017년 6월, 국내 8개 특급호텔의 글로벌 OTA 수수료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특급호텔이 글로벌 OTA에 지불한 평균 수수료율은 16.1%로 국내 OTA 업체에 낸 평균 수수료율(10.86%) 대비 5%포인트 이상 높았다.
서울 시내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20~30% 정도는 OTA를 통해 객실 예약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의 요구에 불응하면 예약 플랫폼에서 제외될 수 있어 특급호텔도 글로벌 OTA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예약 플랫폼을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또다른 특급호텔 관계자는 "OTA 예약자 대부분이 글로벌 OTA를 통해 들어오고 있고, 국내 이용객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어 국내 OTA 업체에 주는 수수료보다 더 높은 수수료율을 요구해도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김대용 한국호텔업협회 과장은 "최근 몇년간 국내 호텔 수가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글로벌 OTA 영향력이 확대된 상황이라 2년 전 호텔들을 조사했을 때보다 현재 호텔에 부과되는 수수료율이 더 올랐을 것"이라고 했다.
◇ 객실 싸게 팔고 싶어도 못팔아
글로벌 OTA가 호텔과 맺은 최저가 보장 계약도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부킹닷컴, 아고다,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등 글로벌 OTA들이 한국 호텔들과 체결한 최저가 보장 계약의 적정성 검토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으로 OTA 불공정행위 여부 등을 주제로 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전성복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 과장은 "아직 구체적인 업체명을 밝힐 정도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최저가 보장 조항이 경쟁을 제한하는지 보려고 하는건 맞다"며 "연구 용역 결과를 받아본 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정위가 이번 일에 나서게 된 배경은 후발 OTA 업체가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해 호텔 객실을 판매하고 싶지만 다른 글로벌 OTA 측에도 호텔 측이 동일한 가격을 적용해줘야 해 사실상 경쟁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어서다. 또 글로벌 OTA와 계약을 맺은 호텔들이 일부 객실 가격을 싸게 낮추려고 해도, 다른 모든 글로벌 OTA들에게 동일하게 최저가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싸게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해 소비자 혜택이 감소한다는 문제도 있다.
최저가 보장 조항은 글로벌 OTA가 호텔과 계약을 할때 약관 형태로 들어간다. 글로벌 OTA 업체가 제공하는 가격이 최저가를 유지하도록 보장해 달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를 어길 경우, 해당 호텔을 노출시키지 않거나 노출 순위를 뒤로 밀어버리는 등 압박이 가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4성급 호텔 한 관계자는 "우리는 계약서 형태로 약관을 넣지는 않았지만, 낮은 가격을 설정하면 전화로 자기들도 가격을 내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며 "수락하지 않으면 노출이 안되는 불이익을 입을 수 있어 들어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약관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OTA가 가진 시장 우월적 지위가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