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실시간 위치를 지인과 공유하는 앱이 유행하면서, 국내에서 ‘인싸(무리와 잘 섞여 노는 사람)’들만 쓴다는 위치 추적 앱 ‘젠리(Zenly)’가 주목받고 있다. 앱을 켜면 지인들이 현재 위치한 상세한 곳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학부모가 학생인 자녀들의 위치를 알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앱 사용으로 인한 왕따·스토킹·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제기된다.

위치추적 공유 앱 ‘젠리’.

29일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젠리는 국내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젠리는 프랑스 앱 개발자 앙투안 마틴(Antoine Martin)이 지난 2015년 선보인 실시간 위치 정보 공유 앱이다. 전 세계 다운로드수는 7월 기준 1000만회가 넘었다. 사진을 공유하는 앱 ‘스냅챗’의 스냅이 위치 기반 콘텐츠 확대를 위해 지난 2017년 2억5000만달러(약 2962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젠리는 상대가 친구 요청을 수락하면 서로의 위치가 공개된다. 친구 요청을 거절할 수도 있고 친구 삭제 기능도 있다. 앱을 켜면 친구들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친구 프로필을 눌러 대화를 할 수 있고 친구 휴대폰의 배터리 용량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커뮤니티 등에서는 "인싸들만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친한 학생들끼리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 젠리 앱 설치 인증 사진을 공개하기도 한다. 국내 맘카페(육아카페)에서는 "아이들 스마트폰에 깔아두면 걱정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8살 자녀를 둔 A(37·여)씨는 "아이가 하교할 시간에 맞춰 젠리 앱을 본다"며 "아이가 바로 학원에 가는지 딴 길로 새는지 여부를 알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젠리 앱(왼쪽 사진)을 켜면 파란색 원(자신의 실시간 위치)과 초록색 원(친구의 실시간 위치)이 보인다. 확대(오른쪽 사진)하면 친구의 상세한 실시간 위치와 친구 휴대폰 배터리 용량도 확인할 수 있다.

뉴욕 대표 일간지 중 하나인 뉴욕데일리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한 젠리 이용자는 교통사고를 당해 2시간 가량 실종됐다가, 친구들이 젠리 앱의 위치정보를 통해 구제되기도 했다. 피해자는 결국 사망했지만, 위치추적 앱의 긍정적인 요소로 해석된다.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다. 젠리 앱을 사용하려면 위치정보를 항상 수락해야 하고 연락처 정보도 공유해야 한다. 젠리 개인정보 보안 정책에 따르면 탈퇴를 해도 데이터 일부는 연구 및 통계 목적으로 익명화된다. 익명화해도 스몰데이터(개인 취향에 따른 소량 정보)가 남아 해킹 당할 경우 개인정보가 유출된다.

실시간 정보 공유를 통해 친구를 피하는 방식의 왕따 행위나 아이들을 납치하는 식으로 악용될 우려도 있다. 젠리의 ‘얼음모드’를 활용해 위치정보 공유를 일시적으로 막을 수 있지만, 상대방이 강요할 경우에는 소용이 없다.

한 국내 커뮤니티에는 "왕따X 휴대폰에 젠리 깔아두게 하고 피해다니면 완전 좋다", "애인 감시용으로 자주 사용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부모가 자녀 감시용으로 설치하는 경우도 있어 자녀들의 인권침해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정보보호학부 교수는 "정보의 주체인 자녀들이나 왕따를 겪는 학생들의 동의없이 위치정보가 노출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며 "또 탈퇴 후 데이터를 익명화시킨다 해도 개인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는 남을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 보호 정책 등을 업계 차원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