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배슬론 2020,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공경철 KAIST 교수

"옷은 모든 사람이 다 다른 걸 입는데 왜 웨어러블 로봇은 하나의 모델만 있어야 할까요? 저희는 ‘개인 맞춤형’ 로봇으로 2020년 사이배슬론 대회 금메달에 도전합니다."

내년 5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사이배슬론(Cybathlon) 2020'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공경철(사진)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엔젤로보틱스 대표이사)가 지난 20일 대전 KAIST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대회를 준비하는 출전 소감을 밝혔다.

사이배슬론은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가 주최하는 글로벌 사이보그 올림픽이다. 4년마다 세계 로봇 기업과 대학이 장애인용 보행 보조로봇시스템을 서로 경합한다. 출전 선수는 신체장애를 갖고 있으나 로봇의 도움을 받아 10분 내 주어진 과제를 타인의 도움없이 수행해야 한다.

이날 공경철 교수는 "내년 2회를 맞는 사이배슬론에 출전하기 위해 3년간 열심히 준비했다"며 "우리 로봇기술은 전세계와 비교해 구동력과 보조력이 가장 뛰어난데다 야심차게 준비한 새 기술을 선뵈는 만큼 의미있는 경쟁이 될 것"이라고 출전 소감을 말했다.

우리나라는 내년 대회를 위해 웨어러블 로봇 제조업체인 엔젤로보틱스와 KAIST,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영남대학교가 단일팀을 구성했다. 출전 종목은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이 로봇을 착용하고 도전적인 장애물을 통과하는 웨어러블 로봇이다.

웨어러블 로봇 종목은 앉았다 일어서 물컵 들어 올리기, 장애물 피해 이동하기, 경사로를 올라 문 열기, 계단 오르기, 측면 경사로 걷기, 표면이 거친 험로 지나기 등 총 6개 코스로 이뤄졌다. 모두 10분 내 통과해야 한다.

목표는 금메달이다. 공 교수는 지난 2016년 서강대학교 재직 시절 제1회 사이배슬론 대회에 하지마비를 안고 있는 김병욱 선수와 함께 출전해 동메달을 따냈다. 김 선수는 "처음 로봇을 타고 일어섰을 때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라며 "지난 대회에서도 우리는 3개 코스에서 월등했다"라고 말했다.

김병욱 선수가 지난 2016년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선보인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를 입고 독립적인 평지보행을 하고 있다.

내년에 새롭게 더해질 핵심 기술은 크게 두 가지다. 로봇이 사용자의 움직임 의도를 미리 파악해 재빨리 구동할 수 있도록 움직이고, 이때 로봇이 흔들리지 않고 더 단단히 땅을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공 교수는 "지난 대회에서 로봇 사용자가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매뉴얼을 직접 선택해야 했다면 이번 대회에서는 사용자의 주변 환경을 로봇이 인지해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며 "로봇이 그 의도를 미리 파악하고 반영하는 기술을 탑재하는 등 여러가지 향상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는 로봇이 의자가 뒤에 있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단계별 움직임 명령에 따라 다음 행동을 준비한다는 의미다. 이때 사용자가 뒤로 걷기를 누르면 로봇 내 알고리즘은 다음에 앉는 동작을 실행하는 명령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확률적으로 알 수 있다.

개인 맞춤형 수트(suit)로 제작된 점도 색다르다. 현재 대부분 국가의 웨어러블 로봇은 단일 표준화된 기성복과도 같다. 그러나 공 교수팀은 하반신 마비로 오랜 기간 휠체어에 앉아 있었던 장애인들의 개인차를 고려해 개별 맞춤형 로봇을 제작했다.

공 교수는 "하반신 완전 마비가 있으면 개인마다 다리가 펴지는 각도, 근육 형태, 무게 중심도 달라 웨어러블 로보을 착용해도 각자 움직임에 제한이 생긴다"면서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분 한분을 위한 로봇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로봇을 입은 장애인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웨어러블의 궁극적 목표라고 생각한다"며 "대회 출전을 계기로 많은 신체마비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가볍고 다양한 맞춤형 로봇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