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다음달 출시하는 신형 TV '더 세로(Sero)'는 이름처럼 위아래가 좌우보다 길쭉한 세로로 화면을 돌려 볼 수 있는 제품이다. 일반 스마트폰 화면 크기의 50배 달하는 43인치 화면에 사용자의 스마트폰 화면을 연결해 소셜미디어나 동영상, 인터넷 화면을 똑같이 볼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데 친숙한 밀레니얼(1980 ~2000년대 출생) 세대를 겨냥했다"며 "인터넷의 세로형 동영상을 박진감 넘치는 고해상도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2004년 세로 화면을 가로로 돌려 볼 수 있는 '가로본능' 휴대폰을 내놨던 이 회사는 이제 '세로 보다'란 문구를 내걸고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팝업스토어(임시 매장)에서 세로 TV를 전시 중이다. 이달 초 오픈 이후 2만2000여 명이 방문했다.

스마트폰처럼 세로로 화면을 돌려 볼 수 있는 삼성전자의 ‘더 세로’ TV(왼쪽). 넥슨의 모바일 게임 ‘스피릿위시’(오른쪽)는 세로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TV보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즐기는 모바일 콘텐츠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세로 화면이 대세로 등장했다. TV 시대엔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는 가로형 콘텐츠가 주를 이뤘지만, 스마트폰을 들고 동영상과 소셜미디어를 즐기는 모바일 시대엔 세로형 콘텐츠가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게임·공연·홈쇼핑 동영상도 '세로'

위아래가 긴 스마트폰 화면에서 기존의 가로 동영상은 전체 화면의 4분의 1밖에 채우지 못한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화면을 꽉 채우는 세로형 콘텐츠에 시원함을 느끼며 더 몰입한다. 특히 20·30대는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즐기다 보니 세로형 콘텐츠에 더 익숙하다.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해외 소셜미디어·동영상 업체들도 이런 트렌드에 맞춰 세로형 동영상을 지원하면서, 게임·음악·스포츠·쇼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로형 콘텐츠가 확산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옥수수'는 지난 17일 프로야구 5G(5세대 이동통신) 중계 서비스에서 세로 화면을 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가로 화면으로 TV 중계를 보다 '5G 중계'를 선택하면 세로 화면으로 전환된다. 중계 화면 아래에 투수·타자 기록 정보, 다른 시점에서 찍은 경기 영상이 동시에 뜬다. 옥수수는 또 세로형 화면으로 가수 공연을 보여주는 '뮤직관' 서비스도 운영한다. LG유플러스도 아이돌 공연을 보여주는 'U+아이돌 라이브' 서비스 영상의 70%를 세로 영상으로 제작하고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세로형 화면은 배경보다 인물이 화면을 채우기 때문에 스마트폰 영상통화를 하는 것처럼 가깝고 실감 나게 스타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 업체들도 모바일 게임 화면을 세로로 구성하고 있다. 넥슨이 지난 1월 출시한 모바일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스피릿위시'는 게임 화면을 세로로 바꿀 수 있다. 넷마블라인게임즈는 다음 달 출시하는 신작 RPG 게임을 아예 세로 화면 전용으로 만들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세로형 게임은 출퇴근할 때 버스나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는 고객들이 한 손으로 조작을 편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대세로 떠오른 세로 본능

전통 미디어인 TV 홈쇼핑 업체도 세로 콘텐츠 붐에 뛰어들었다. 홈쇼핑 업체 GS샵은 지난 16일 모바일 고객들을 겨냥해 모바일 쇼핑 생방송 '모바일 라이브'를 기존 가로 형태에서 세로로 개편하고, 주 1회 방송도 3회로 늘렸다. GS샵 관계자는 "모바일 쇼핑 동영상을 보며 회원끼리 채팅을 하는 서비스를 적용하고 보니 기존 가로 영상에선 채팅 어려움을 호소하는 고객들이 많았다"며 "세로 영상은 화면 자판을 쉽게 누를 수 있고, 쇼호스트와 제품에 몰입도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TV를 압도하는 시대에 세로 콘텐츠는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시장조사 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밀레니얼 세대가 하루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감상하는 시간은 154분으로, 이미 TV (137분)를 앞질렀다. 스마트폰은 가로 방향보다 세로 방향으로 손에 쥐는 게 훨씬 안정적이고 편리하며 오래 이용하기에도 좋다. 스마트폰을 100분 동안 쓴다고 가정했을 때 94분은 세로로 사용한다는 조사도 있다. 디지털 광고 업체 인크로스 관계자는 "요즘 조회 수가 높은 인기 콘텐츠는 10분 이내 짧은 분량과 자막이 삽입된 세로형 동영상이 특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