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수산업은 전통적 1차 산업이 아닙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핵심인 인공지능(AI), 5G(5세대 이동통신) 등이 융합된 첨단 기술의 집합체입니다. 노르웨이 젊은이들에게 수산업이 인기 있는 건 이렇기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서울에서 만난 앤더스 노르도이 스넬링겐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이하 NSC) 글로벌 운영 매니저가 자신감에 찬 얼굴로 말했다. 그의 말처럼 노르웨이 수산업은 첨단을 달리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로 연어 생김새를 일일이 파악하고, 5G망을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양식장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수준이다. 노르웨이에선 판교밸리, 실리콘밸리처럼 첨단 산업을 이끄는 곳이 육지가 아닌 바다다. 바다 위에서 4차 산업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첨단 기술로 무장, 노르웨이 수산업 3.0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양식 연어의 90% 이상이 노르웨이산이다. 그런데 전체 노르웨이 수산물 수출액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3%에 불과하다. 수산물 대국인 노르웨이는 자국에서 생산한 수산물의 5%만 내수로 소화하고 95%는 수출한다. 지난해 146국에 수산물 65종을 270만t 수출했다. 수출액은 990억크로네, 우리 돈으로 13조4500여억원에 달한다. 군바르 비에 NSC 한국·일본 담당 이사는 "노르웨이 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건 첨단 기술 융합"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에선 조업, 양식에 이어 첨단 기술이 적용된 '수산업 3.0'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노르웨이 양식장에선 인공지능 기술이 이용되고 있다. 사람이 못하는 연어 생김새 구별을 위해서다. 방식은 이렇다. 연어가 부레의 부력을 조절하기 위해 수면으로 올라올 때 3D 레이저 스캐너가 연어의 생김새를 인식한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연어는 눈과 입, 아가미 주위에 있는 점의 분포 형태가 다르다고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연어마다 가상 신분증이 만들어진다. 굳이 연어를 일일이 구별하는 이유는 '바다 이(sea lice)' 감염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바다 이는 연어뿐 아니라 양식 어류의 집단 폐사를 유발하는 골칫거리다. 비에 이사는 "전 세계에서 매년 양식 어류 수억 마리가 바다 이 감염으로 집단 폐사해 10억달러(약 1조1950억원) 피해를 본다"며 "인공지능을 이용해 바다 이에 감염된 연어를 무리에서 격리해 치료하면 연어 폐사율을 50~75%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노르웨이에선 5G 기반 스마트 양식장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각종 센서와 5G망, 초고화질(4K) 카메라를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양식장 내부를 속속들이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다. 양식장 수온과 산소 농도, 산성도도 실시간으로 측정된다. 측정 자료를 바탕으로 양식장 환경에 맞춰 적절한 사료량이 컴퓨터로 계산되고, 이어 대형 파이프로 사료를 자동 공급한다. NSC 스넬링겐 매니저는 "노르웨이 해양전문대 지원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우수한 인력이 수산업으로 몰리기 때문에 노르웨이의 양식 기술이 발전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근해 양식장? 먼바다로 나간다
노르웨이는 먼바다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가까운 바다 양식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물고기가 살기에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노르웨이의 양식 기업 노르드락스(Nordlaks)는 2020년 운영을 목표로 거대한 원해 양식장을 건조하고 있다. 면적 50㎡, 깊이 60m짜리 대형 사각 가두리 6개가 설치되는 이 양식장은 세계에서 가장 긴 선박형 양식장으로 기록되게 된다. 430m 길이의 이 양식장에는 연어를 최다 200만 마리 수용할 수 있다. 거대한 규모이지만, 이곳에 필요한 관리자는 단 7명뿐이다. 노르드락스 측은 "최고 높이 10m의 파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했다.
노르웨이에 있어서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유럽연합(EU), 미국, 중국에 이어 4대 교역국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연어 2만5393t, 고등어 2만6872t 등을 수입했다.
비에 이사는 "한국인들은 전 세계에서 수산물을 가장 많이 섭취한다"며 "한국의 수산물 시장은 2025년까지 지금보다 10%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NSC의 서울 행사에 참석한 프로데 술베르그 주한 노르웨이 대사는 "올해는 한국과 노르웨이가 수교한 지 60년 되는 해"라며 "안전하고 건강한 노르웨이 수산물을 더 많은 한국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