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굴, 육성 위해 ‘핀테크랩’ 확대·개편
지난 25일 오후 우리은행 영등포중앙금융센터 지점에 위치한 위비핀테크랩. 핀테크 기업 ‘모자이크’의 조성우 대표는 이날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 우리FIS 등 우리금융지주 직원들 앞에서 연말정산 절세 플랫폼 ‘절세미인’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우리금융 직원들은 ‘타사 대비 모자이크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연말정산 시즌 외엔 어떻게 플랫폼을 운영할 것인가’ 등의 질문을 쏟아내는 한편, 기술, 마케팅 등 측면에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아낌없이 조언했다. 조 대표는 "오늘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새롭게 구현해보겠다. 숙제를 잔뜩 안고 간다"며 웃었다.
최근 금융지주사들이 핀테크 스타트업 발굴, 육성을 위해 핀테크랩을 확대·개편하고 있다. 자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핀테크 기업과 협력적 경쟁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핀테크랩은 핀테크 기업에게 사업성 검토, 경영·법률 상담, 전용 공간 등을 제공하고 투자 유치까지 지원하는 금융회사 전담 조직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3일 위비핀테크랩을 ‘디노랩’으로 확대했다. 중견 및 선도 핀테크 기업의 스케일업 지원, 우리금융 간폰 모바일앱 ‘위비뱅크’와 융합되는 서비스를 우리금융과 함께 개발하는 ‘디벨로퍼랩’이 더해진 것이다.
지난해까지 4년간 총 72개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한 신한금융지주 역시 지난 8일 ‘신한퓨처스랩’ 제2출범식을 열고 앞으로 5년간 250개 기업을 육성키로 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1일 2080㎡ 면적으로 국내 금융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디지털 연구·개발(R&D) 겸 핀테크 육성공간인 ‘NH디지털혁신캠퍼스’를 조성해 33개 기업을 입주시켰다. 이 외에 KB금융(105560)과 하나금융지주(086790)도 각각 ‘KB이노베이션 허브’, ‘1Q 애자일 랩’을 운영 중이다.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융지주의 핀테크랩은 공간 제공 기능에 치우쳐 있었다. 이 때문에 각 금융지주가 핀테크랩 확대·개편 계획을 발표했을 때 실효성 논란이 잇따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핀테크랩이 제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이전 핀테크랩 입주 기업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은행과 협업은커녕 컨설팅 등도 받은 적이 많지 않아 방치돼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고 한다"며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은행들이 핀테크 기업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을 업계에서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의 인공지능(AI) 간편 소액 투자 플랫폼을 운영 중인 ‘제로원 에이아이’의 송준호 대표는 우리FIS로 들어와 우리금융 망을 이용해 ‘개념증명(PoC·Proof of Concept)’을 해볼 의향이 있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개념증명이란 기존에 없었던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 이를 검증하는 절차다.
송 대표는 "성과를 내는 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PoC 경험을 쌓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며 "폐쇄적 성향을 갖고 있는 은행도, 아직 경험이 부족한 핀테크 기업도 자신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잘 모를 수 있는데, 이런 협업을 통해 서로 보완하며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스타트업 생존을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투자 지원"이라며 "스타트업은 인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데, 인재 고용을 위해선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들은 혁신성장에 각각 수백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오는 2021년까지 약 3조원의 혁신성장펀드를 조성하고, 올해에만 1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KB금융은 그룹 기업형벤처캐피털(CVC)펀드를 통해 500억원 규모 투자를 우수 기술 스타트업과 연계하고,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 역시 각각 250억원, 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