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국내 라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30년간 라면 시장 부동의 1위였던 농심(004370)의 ‘신라면’이 오뚜기 ‘진라면’에 바짝 추격당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진라면의 시장 점유율(판매량 기준)은 15.5%로 신라면(16.6%, 블랙 포함)을 턱밑까지 쫓아온 상태다. 2000년대 초 5% 안팎이었던 진라면의 점유율이 20년 사이 10% 이상 확대된 것이다. 다만 신라면이 진라면보다 약 100원(편의점 기준) 가격이 비싸 판매액 기준으로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
유탕면과 스낵을 제외한 봉지라면만 단순 비교할 경우, 진라면이 판매량 기준 약 17%의 점유율로 신라면(16.9%, 블랙 제외)을 앞질렀다. 진라면이 1988년 출시된 후 30년만에 처음이다.
배우 차승원이 2006년 진라면 TV 광고에서 "이렇게 맛있는데 언젠가 1등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한 말이 현실이 되가는 분위기다. 만년 2등 진라면이 세를 확대할 수 있었던 비결로 업계 관계자들은 저가 전략과 맛, ‘착한 기업’ 이미지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고 분석한다.
◇진라면 11년째 가격 동결...착한 기업 이미지 강화
오뚜기(007310)는 지속적인 진라면의 맛 개선 노력과 저가 전략으로 농심과의 라면 점유율 격차를 좁혀왔다. 오뚜기는 매년 진라면의 국물과 면발, 건더기 등을 개선해 지금의 진라면 맛을 완성했다. 오뚜기 연구원들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자연스러운 매운맛을 내기 위해 하늘초 고추를 사용했고 면에 밀단백을 넣어 식감을 살리는 등 연구를 지속했다.
이어 오뚜기는 지난 2008년 진라면 가격을 100원 인상한 후 10년 넘도록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현재 편의점 기준 진라면의 가격은 720원이다. 신라면(830원)보다 약 11% 저렴하다. 간판 제품인 진라면의 가격을 동결해 ‘착한 기업’ 이미지를 강화하고 ‘미역국라면’을 포함한 신제품의 가격을 진라면보다 높게 책정해 이익을 보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진라면에 대한 소비심리가 확대되면서 오뚜기의 라면 시장 점유율도 전년보다 확대됐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점유율 확대를 위한 홍보 비용이 늘면서 오뚜기의 영업이익이 들쑥날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2~3분기의 경우 홍보 비용과 원재료 부담 증가로 영업이익이 부진했다. 이에 대해 오뚜기 관계자는 "4분기에는 라면 판매 호조로 영업이익이 좋아졌으며, 연간 기준으로도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3.9% 증가했다"고 말했다.
◇농심 신상품·해외시장으로 승부…’건면’으로 진라면 추격 대응
업계 1위 농심은 최근 '신라면 건면'과 700원짜리 저가 '해피라면'을 잇따라 선보이는 등 신상품 출시에 적극적이다. '신라면 건면'의 경우 출시 한달만에 800만개 판매되는 성과를 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오뚜기와 팔도가 공격적으로 나서자 농심도 작년부터 기존의 '주력 상품에 집중하자'는 전략에서 탈피, 본격적으로 '모든 것을 다 한다'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뚜기가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해외 시장도 공략 중이다. 농심은 현재 4000여개 미국 월마트 지점에 입점,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나가고 있다. 농심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약 86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뚜기의 해외 매출은 약 1000억원으로 농심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기준 라면 시장 점유율은 농심이 54%로 과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뚜기(24%), 삼양식품(12%), 팔도(10%)가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