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파 병원을 찾는 10대 환자들이 많다.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척추측만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총 9만6963명으로, 이 중 10대 이하(0~19세) 환자가 4만8045명(약49.5%)에 달해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또 척추측만증으로 진단받은 10대 환자들의 성비를 보면 여자가 2만6725명으로 남자 1만5806명의 약 2배나 된다.

척추는 정면에서 봤을때 일(1)자, 측면에서 봤을때 완만한 에스(S)자의 만곡형이 정상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해 척추가 틀어지고 휘어져 정면에서 볼 때 S자의 형태가 되는데 10도 이상 척추가 변형된 증상을 ‘척추측만증’이라고 한다.

이 질환은 척추의 변형으로 골반이나 어깨의 높이가 서로 다르거나 몸통이 한쪽으로 치우쳐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좌우 어깨 높이가 확연히 차이가 나거나 한쪽 등이 튀어 나왔을 때 척추측만증일 가능성이 높다. 신체검사 상으로는 각도가 5~7도 변형, 엑스레이 검사 상 10도 이상이면 척추측만증으로 진단한다.

고대구로병원 제공

알 수 없는 원인이 대부분으로, ‘특발성(원인불명)’, ‘선천성’, ‘신경-근육성’ 등 3종류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특발성 척추측만증이 85~90% 정도로 가장 많다.

특히 특발성 척추측만증은 주로 사춘기 전에 발생하고 여학생에게서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서승우 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여학생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관절을 잡아주는 인대와 근육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약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서 교수는 "무지외반증, 오자형 다리 등과 같이 관절이 비틀어지는 질환이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도 여성의 인대와 근육이 남성에 비해 약하고 유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척추측만증을 예방, 조기에 발견하려면 자녀의 걸음걸이와 자세, 양쪽 어깨 높이 등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아이의 골반 높이가 달라 치마가 한쪽으로 자꾸 돌아가고, 발 길이가 차이나며 신발 굽이 서로 다르게 닳는다면 척추측만증을 의심해 봐야한다.

오인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특발성 척추측만증으로 내원한 청소년은 목욕을 하다가 좌우 어깨 높이나 등, 가슴의 크기가 달라 병원을 찾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부모들이 자녀의 성장이나 신체변화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척추측만증은 진단이 늦어지거나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척추가 더욱 휘어지고 심한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 변형이 심한 경우 심장, 폐 등 주위의 장기를 압박해 심각한 합병증까지 일으킬 수 있다.

오 교수는 "특발성 척추측만증은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초경이나 10살 전후부터 성장이 멈출 때까지 급격하게 진행된다"며 "조기에 발견할 경우 보조기를 통해 치료할 수 있지만 성장기가 다 지난 이후 아주 큰 각도로 휘어진 상태에서는 변형교정을 위한 수술적 치료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4세 여자 척추측만증 환자의 엑스레이 영상. 흉추와 요추 만곡이 모두 주만곡인 환자로 수술 전(왼쪽) 64도, 54도인 각도가 변형교정술 및 후방 기구 고정술 후(오른쪽) 18도, 14도로 교정됐다.

20도 이내로 기운 경우는 여자 환자의 비율이 남자 환자의 2배 정도된다. 그보다 심한 40~50도 이상으로 변형된 경우 수술이 필요한 데, 여자 환자 비율이 남자 환자의 10배나 된다.

척추가 휘어진 각도 따라 치료방법이 다르다. 척추가 20도 이하로 휘어진 경우 특별한 치료는 필요하지 않고 6개월 또는 1년 간격으로 엑스레이로 추적 관찰만 한다. 성장이 남아있고 20~40도 정도 휘어진 경우에는 보조기를 착용한다. 보조기는 성장이 끝나는 15~16세 정도까지만 사용한다. 여자의 경우 대개 월경이 시작한 후 만곡의 진행이 급속도로 진행하기 때문에 보조기 착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40~50도 휘어진 경우 몸의 성장 정도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나이가 어리고 몸의 성장이 한창인 경우에는 만곡의 진행 속도에 따라 수술을 시행할 수 있지만, 성장이 멈춘 경우(15~16세 이상)에는 변형이 진행될 가능성이 적어 몸의 균형이 잘 맞다면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 보통 50도 이상 휘어진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 척추 변형이 큰 경우에는 성장이 끝나고 성인이 되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큰 경우 수술로 휘어진 척추를 교정해 줘야 한다.

오 교수는 "유전적으로 가족 중 한명이 척추측만증이 있을 경우 발생률은 20% 정도로 일반적인 발생률인 2%에 비하면 높은 편이며, 특별한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고 경과 관찰만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척추측만증은 여러 가지 치료법이 있지만 객관적으로 입증된 것은 보조기 착용뿐이다. 그러나 보조기도 휘어진 허리를 바르게 교정해 주는 것이 아닌 허리가 더 이상 휘지 않게 예방 및 방지를 해주는 역할만 한다.

척추측만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 보조기를 착용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척추측만증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성장이 남아 있는 아이들에게서 더 이상의 측만이 진행하는 것을 막는 것이 보조기의 가장 중요한 치료 목표다.

오 교수는 "수술적 치료는 환자의 나이, 성장 정도, 척추의 휘어진 정도 등을 모두 고려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일부에서는 수술시 흉터를 줄이기 위한 미세 침습 수술도 가능한 만큼 척추측만증이 의심된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