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채무자 특별감면'…재산 4600만원 넘으면 제외
원금 1500만원 이하시, 3년 상환하면 남은 빚 면제
올해 6월부터 빚 상환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기초수급자와 장애인연금 수령자, 70세 이상 고령자는 채무원금의 최대 90%까지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이들 중 채무원금이 1500만원 이하인 소액채무자는 감면받고 남은 원금을 3년간 성실하게 상환하면 나머지 채무까지 모두 면제받는다.
금융위원회와 신용회복위원회는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인채무자 신용회복지원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 방안은 지난해 12월 21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서민금융 지원체계 개편방안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금융위는 먼저 특별감면 프로그램을 도입해 생계·의료급여를 받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연금 수령자, 70세 이상 고령자의 잔여 채무를 면책해주기로 했다. 공통 지원 기준은 순재산이 파산면제재산 이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현재 파산면제재산은 6개월간 생활비 900만원과 서울 기준 거주주택 임차보증금 최우선 변제액 3700만원을 합한 4600만원이다.
보유 중인 채무가 얼마인지는 관계가 없으나 소득 요건에서 지원자별 차이가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연금 수령자의 경우 충족해야 할 소득 요건은 없지만, 고령자는 중위소득 60% 이하인 이들만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 고시 기준 중위소득 60%는 2인가구 기준 월 174만3917원이다.
지원은 두 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채무원금을 깎아준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연금 수령자의 경우 상각채권은 90%(채무원금이 1500만원 초과할 경우엔 80%), 미상각채권은 30% 감면해주기로 했다. 상각채권이란 금융회사가 못받을 돈이라고 생각해 장부상 손실로 처리한 것을 말한다. 금융회사는 통상 연체가 6개월 가량 지속될 경우 채권을 상각 처리한다. 지금까지는 금융회사가 상각한 채무에 대해서만 원금을 깎아줬다.
이렇게 채무조정으로 감면된 채무를 3년간 연체없이 성실하게 상환할 경우, 남은 채무 역시 면제해준다. 단 채무조정 전 원금이 1500만원 이하인 소액채무자만 가능하며, 3년간 감면받은 채무의 최소 50%를 상환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는 "성실상환시 면책까지 포함하면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연금 수령자는 최대 95%, 고령자는 최대 90% 감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소액연체자에 대한 채무감면제도도 구체화됐다. 지난해 발표한 서민금융 지원체계 개편방안에서는 1000만원 이하 소액 채무자 중 10년 이상 연체한 경우에만 빚을 감면해주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이번 개선 방안에선 채무 기준이 1500만원 이하로 확대됐다.
최준우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장기소액연체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니 채무원금이 1000만원을 넘기는 사람들이 많아 1500만원까지 늘렸다"며 "지금까지는 채무가 건당 1000만원 이하일 경우 지원했지만, 이번부터는 모든 채무원금 합산 기준 1500만원 이하이기 때문에 기준이 보다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소액연체자의 소득, 재산 기준은 고령자와 같다. 소득은 중위소득 60% 이하여야 하고, 순재산 역시 파산면제재산 이하여야 한다. 조건을 충족한 장기소액연체자는 채무원금을 70%까지 감면받고, 이 감면된 채무를 3년간 연체 없이 상환할 경우 잔여 채무를 면제받는다.
변제호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특별감면 프로그램의 수혜자는 기존 기준으로 보면 연 4000명 정도"라고 했다. 금융위는 감면혜택이 확대되고 홍보를 강화하면 더 많은 사람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에 마련된 특별감면 프로그램은 오는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현재 채무원금 1000만원 이하 장기소액연체자를 대상으로 한 채무조정 프로그램도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 중이다. 1월 말 기준 10만명 이상이 신청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2월 말까지 신청자를 대상으로 심사를 통해 수혜자를 선정한 뒤, 이후 개선된 기준으로 상시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