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보다 비메모리 경쟁력 봐야"
삼성전자, 파운드리·이미지 센서 글로벌 톱2로 추격
이달 31일 4분기(2018년 10~12월) 실적 공개를 앞둔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 초반대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삼성전자의 매출액 50%, 영업이익 70%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부가 부진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사업부가 부진한 것은 삼성전자의 주력인 낸드플래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저장기능을 갖고 있는 반도체)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해 D램 가격이 최대 30~50%까지 떨어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만 보기보다는 향후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더 큰 시장, 즉 ‘비메모리 반도체(저장기능 외에 데이터 처리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반도체) 경쟁력’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삼성전자가 이 부문에서 최근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계속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 파운드리 시장서 대만 TSMC와 2강 굳힌다
삼성전자는 최근 비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파운드리는 고객사의 반도체 설계도면을 받아 대신 생산해주는 것을 말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IC인사이츠, IHS 등 다양한 시장조사업체의 추정치를 근거로 지난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매출 100억달러, 시장 점유율 2위를 달성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17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6.7%에 그쳤는데, 이 수치가 10%까지는 올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TSMC라는 업체가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이 업체는 삼성전자와 다르게 파운드리만 하는 회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TSMC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7나노 공정에 진입했다. 또 6조원을 들여 경기도 화성에 파운드리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현재는 퀄컴의 5G 모뎀 스냅드래곤 5100과 IBM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수주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으나, 올해 말 공장이 완공되고 대량 양산이 가능해지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삼성전자는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의 CPU’라고 불리는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응용프로세서), 이미지 센서 등 일부 제품군에 집중하며 비메모리 반도체를 직접 만들고 있다. 이중 이미지 센서 부문에서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20%(2018년 11월 기준)를 차지하며 소니의 뒤를 잇고 있다. 장지훈 가젯서울 미디어 대표는 "삼성전자가 판매대수 기준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1위 업체인 만큼 수요처를 담보하는 이미지 센서나 AP 등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전략적으로 매우 잘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 비메모리쪽 진출은 어떤가"라는 문재인 대통령 질문에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며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 "메모리 주춤해도 비메모리 시장 성장 계속될 것"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1645억달러(약 186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1651억달러)보다 약간 줄어든 것이다. 이 기간 전체 반도체 시장은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성장에 힘입어 4780억달러에서 4901억달러로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즉 모든 제품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시대가 열리면 고성능 반도체 수요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원래 잘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시장이 크고 대량으로 잘할 수 있는 프로세서나 이미지 센서 등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