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 등 주력게임 쪼개팔 가능성
'先 개발자 구조조정설'도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이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오면서 누가 회사를 인수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그전에 넥슨이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을 해서 몸집을 줄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넥슨 지주회사인 NXC의 김정주 대표가 내놓은 지분 전량(98.64%)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매각 금액이 10조원에 달할 정도로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NXC는 핵심 계열사인 일본 넥슨(상장사)의 지분 47.78%를 보유한 지주사다. 넥슨의 시가총액은 우리돈으로 약 14조원(1월 15일 기준)이다. 김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가치만 우리돈으로 6조~7조원 수준이다.
김정주 대표는 지분 매각과 관련해 "넥슨을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이라고 말했다.
◇ 게임사업부 쪼개팔면 3조원으로 몸집 줄어
게임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넥슨이 주력 게임을 쪼개파는 식으로 덩치를 줄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 넥슨 관계자는 "메이플스토리나 던전앤파이터, 피파온라인처럼 일 매출 억 단위를 올리는 주력 게임들은 사려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IB업계 고위 관계자 A씨는 "넥슨 주력게임들의 장르를 보면 여러명이 동시에 접속해 즐기는 게임(MMORPG, 메이플스토리)부터 캐주얼 게임(피파온라인)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넥슨이라는 한 회사에서도 다른 회사 사람처럼 개발·운영 인력들이 이질적일 수 있다"며 "사업부를 쪼개 팜으로써 회사 입장에서는 몸집을 줄이고 개발자 입장에서도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IB업계 고위 관계자 B씨는 "이렇게 되면 매물로 나온 지분가치는 6조원에서 3조원 수준으로 절반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넥슨이 주력 게임 사업부를 파는 것 외에 개발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A씨는 "텐센트든 사모펀드 컨소시엄이든 잠재적 인수 희망자 입장에서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금액과 인력"이라면서 "연봉이 지나치게 높은 고급 개발자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인력들을 신생 개발법인으로 독립시키고 6개월이든 1년이든 지원해주다가 이를 끊는 방식으로 감원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방법"이라고 했다.
◇ "텐센트 인수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현재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중국 텐센트가 김 대표의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사 웹젠의 창업자 김병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4일 ‘넥슨 매각 사태 그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텐센트가 넥슨의 지분을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텐센트를 견제하고 있는 점, 600조원을 넘어섰던 텐센트의 시가총액이 지난해 450조원까지 낮아진 점 등이 텐센트의 해외 기업 투자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김정주 대표와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이 매우 친밀하게 지내온 점을 고려할 때, 텐센트와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하다 여의치 않자 공개 매각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게임업계 고위 관계자는 "두 경영진이 지난해 해외에서 워크숍을 할 만큼 가깝기 때문에 지분을 사갈 것이었으면 진작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사가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 교수)은 "지금도 텐센트는 넷마블의 지분 17.71%를 보유한 3대 주주이고,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지분 8.89%를 보유한 3대 주주"라며 "넥슨까지 텐센트의 손에 들어간다면 한국 게임의 ‘빅3’인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텐센트 산하로 편입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