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핵심 기술인 75톤엔진의 비행 성능을 검증하는 시험발사체가 목표한 엔진 연소시간인 140초를 넘어 151초 동안 연소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부적으로 정한 140초 동안 엔진을 연소하며 비행한 것으로 분석돼 한국형발사체 개발 ‘순항’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2010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11년 동안의 한국형발사체 개발 사업의 대장정에 중요한 관문을 넘어서게 됐다. 2013년 1월 30일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 이후 국내에서 우주로켓이 발사된 건 5년 10개월만이다.
이진규 차관은 발사 뒤 브리핑에서 "시험발사체는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점화 후 총 151초 동안 연소해 엔진 연소 목표치인 140초 이상인 151초 동안 연소했다"며 "발사 후 약 319초쯤에 관성비행을 통해 최대 고도인 209km에 도달했고 우주센터에서 429km 떨어진 제주도 남동쪽 공해상에 안전하게 낙하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 세계 11번째로 독자 우주로켓 엔진 기술 확보
28일 시험발사체가 목표 연소시간인 140초 동안 연소하며 비행하는 데 성공하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11번째로 독자 우주로켓 엔진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현재 전세계에서 독자 우주로켓 엔진 기술을 확보한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 일본, 인도, 유럽, 중국,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이란, 북한이다. 물론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 로켓랩 등 민간 우주개발 기업들이 자체 발사체를 개발, 상용화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 이미 독자 기술을 확보한 국가의 기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는 없다.
2013년 1월 발사한 나로호는 100kg 중량의 소형위성을 300~1500km의 타원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였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개발한 1단 엔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온전히 독자 우주발사체라고 부르긴 어려웠다. 또 100kg급 소형위성을 타원궤도에 올리는 수준의 발사체로 실용위성 발사라는 상업화 시장에 접근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진규 과기정통부 차관은 "한국형발사체 개발 사업에서 개발 난이도가 가장 높았고 핵심기술인 75톤급 엔진을 검증한 것"이라며 "3단형 발사체인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힘을 쏟으면 2021년 우리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를 갖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평가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우주발사체에는 많은 기술이 포함되는데 아직 우리가 보유하지 못한 엔진 기술을 확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기술...연소 불안정 잡기 위해 일정 10개월 늦추기도
한국형발사체의 75톤급 액체엔진 개발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우주발사체 기술을 먼저 개발한 선진국이 핵심 기술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나로호’ 발사를 통해 어깨넘어 배운 노하우들을 실험하면서 스스로 습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당초 2017년 말로 예정된 시험발사는 엔진 연소 불안정 문제로 10개월 늦춰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본 발사도 2020년에서 2021년으로 미뤄졌다.
엔지니어들을 괴롭혔던 것은 연소 불안정 문제였다. 엔진 내부에서 연료와 액체산소가 만나 연소하는 과정이 균일하게 이뤄지지 않는 게 연소 불안정 문제다. 이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엔진 설계를 20여차례 변경하고 지상 연소 시험을 100차례 진행하며 연소 불안정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연료 탱크와 산화제 탱크를 용접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고정환 본부장은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가 스스로 다 해결해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며 "해외 선진국에 물어볼 데도 없으며 모든 걸 우리 손으로 다 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고비를 헤쳐 나왔다"고 말했다.
◇ 한국형발사체 개발 순항..."성공률 높아질 것"
28일 발사된 시험발사체는 75톤급 액체엔진 1기로 1단 엔진이 구성되고 중량시뮬레이터가 엔진 위에 달린다. 총길이 25.8m, 최대 직경 2.6m에 총중량 52.1톤으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2단부와 유사하다.
이와 달리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는 3단형 발사체로 1단은 75톤급 액체엔진 4기를 묶어 300톤급의 엔진을 구성하고 2단은 75톤급 액체엔진 1기, 3단은 7톤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된다. 총길이 47.2m, 최대 직경 3.5m에 총중량이 200톤에 달한다. 고도 600~800km의 지구저궤도에 중량 1.5톤급의 실용위성을 올려놓는 게 목표다.
75톤 엔진 1기로 구성된 시험발사체가 151초 동안 연소하며 안정적으로 비행한 것은 한국형발사체의 2단 부분이 안정적으로 제성능을 낸 것과 같다는 점에서 한국형발사체 개발이 순항할 것으로 기대된다. 총 3단으로 구성된 한국형발사체의 1단 엔진의 임무 목표 연소시간은 약 120초, 2단 엔진의 임무 목표 연소시간은 약 140초로 설계됐다. 3단형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는 2021년 2월과 2021년 10월 두차례 발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검증받은 한국의 인공위성 기술과 우주로켓 엔진 기술이 합쳐지면 미국·유럽·러시아 등 우주 선진국이 지닌 핵심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국제우주정거장이나 화성·소행성 탐사 등 국제 우주개발 협력에서도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
2021년 2월 누리호 최종 발사까지 해결해야 과제는 아직 많다. 이날 성능 검증을 한 75톤 엔진 4기를 묶어서 제대로 성능이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내년까지는 누리호 1단의 체계개발모델(EM·Engineering Model)과 3단의 인증모델(QM·Qulification Model)을 제작하고 성능을 검증해야 한다. 3단인 7톤 엔진의 성능과 고공비행시 안정성 등 누리호를 구성하는 전체 시스템을 구축하고 성능 점검이 필요하다.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은 "앞으로 3단형 발사체를 개발하려면 1단 엔진 클러스터링 체계 개발과 시험, 3단 엔진 체계 개발과 시험 등이 필요하다"며 "내년 초부터 테스트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