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3주 연속 상승 중인 국내 휘발유 가격은 9월 마지막 주 L(리터)당 1650.15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올랐다. 휘발유 값이 2014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을 매주 경신하는 등 눈에 띄게 오르면서 가격 구조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커지고 있다.

2일 시민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9월 넷째 주(9월 23~30일) 국내 휘발유 소비자 판매가격은 1650.15원이다. 판매가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세금으로 휘발유 값의 56.41%(930.84원)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국제 휘발유 가격 37.3%(615.56원), 정유사 마진과 유통비용 2.22%(36.55원), 주유소 마진과 유통비용 4.07%(67.2원) 등으로 구성됐다.

국제 휘발유 가격이 1L당 615.56원에 공급되면 여기에 정유사 유통비용과 마진 36.66원, 관세‧수입 부과금 34.47원이 붙어서 공장도 가격(686.58원)이 결정된다.

공장도 가격에 다시 유류세‧부가가치세 등 고정된 세금 889.65원을 부과하면 1576.23원이 된다. 이를 주유소에서 다시 부가가치세(6.72원), 주유소 유통비용과 마진(67.2원)을 매겨 소비자에게 1650.15원에 판매한다.

L당 1650.15원(세금 930.84원 포함)인 휘발유 10만원어치를 넣으면 세금이 5만6410원이다. 나머지 금액 중 국제휘발유가격이 3만7300원을 차지하고, 정유사와 주유소가 각각 2220원과 4070원을 가져가는 구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가 구매하는 석유제품 가격만으로 휘발유 값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저장탱크에 보유하고 있는 제품 물량, 경쟁사와의 경쟁, 주유소별 임대료나 마케팅 전략 등에 따라서 휘발유 가격이 달라진다"며 "유류세가 전체 가격의 50% 이상을 고정적으로 차지하기 때문에 유가 흐름에 따라 휘발유 값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16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1956원에 판매되고 있다

◇ 유류세, 국제유가에 관계 없이 745.89원 고정 부과

유류세는 국제유가 변동과 관계없이 부과된다. 휘발유 1L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과 지방주행세 137.54원(교통세의 26%), 교육세 79.35원(교통세의 15%) 등 745.89원이 고정적으로 붙는다.

여기에 석유수입관세(3%), 수입부과금(L당 16원) 뿐 아니라 부가가치세(10%)는 별도로 부과된다. 국제유가가 0원이 되더라도 휘발유 값은 세금 때문에 L당 800원 아래로 떨어질 수 없다.

세금이 고정돼 있어 휘발유 값이 오르면 세금 비중이 줄고, 반대로 휘발유 값이 내려가면 세금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조사 결과 2010년 이후 휘발유 값이 가장 비쌌던 시기는 2012년 4월 셋째 주로 L당 2062.17원을 기록했다. 이 때 휘발유 값 중 세금 비율은 47.46%로 L당 978.77원이 부과됐다.

가장 저렴했던 시기는 2016년 3월 둘째 주인데 L당 1340.43원이다. 이 가운데 세금 비율은 66.69%로 L당 893.32원이 부과됐다. 세금 비중이 줄거나 늘어나는 만큼 국제휘발유가격 비중이 오르내리고, 정유사‧주유소 마진 비중은 8~10% 수준에서 조정되는 방식이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주유소 판매가격 중 국제휘발유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36%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47~66% 수준인 세금이 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평균 휘발유 값 가운데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1.17%, 경유 값에서는 세금 비중이 52.72%였다. 정부가 작년 1~11월 징수한 유류세는 휘발유 10조2575억원, 경유 13조875억원 등 23조3450억원으로 추산된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관계자는 "교통세 등 유류세에 부가가치세만 74.59원을 부과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은 매주 휘발유 판매가격을 발표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 회원국 가운데 세금 비중이 중간 수준이다.

9월 셋째 주 기준으로 한국에서 보통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 비중은 54.55%로 캐나다(31.53%), 뉴질랜드(41.01%), 일본(42.41%), 룩셈부르크(50.69%), 폴란드(51.34%), 헝가리(51.79%) 등 9개국 보다 높다.

반면 체코(55.94%), 덴마크(57.46%), 벨기에(58.74%), 독일(59.05%), 스웨덴(59.94%), 프랑스(61.03%), 영국(61.04%), 네덜란드(64.14%) 등 유럽 13개국보다는 세금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OECD 국가 중에서 세금 비중이 높은 나라는 아니다"라면서도 "유럽 국가들은 국가 조세 정책 자체가 세금을 많이 걷고 많이 배분하는 방식이라 휘발유 값에서도 세금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수도권의 한 주유소에서 고객이 차에 기름을 넣고 있다.

◇ 휘발유 값 상승세 당분간 이어질 듯…유류세 개편 목소리도

미국의 이란 제재 등으로 국제유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휘발유 값은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급격한 유가 상승으로 소비자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유류세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8월 3일 유가 수준에 따라 세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휘발유의 기본세율은 L당 475원이지만, 현재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탄력세율(기본세율의 11.4%)을 더해 529원이 적용되고 있다. 탄력세율은 경기 조절이나 가격 안정 등을 위해 법률상 세율의 30%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지만, 세율 인상 수단으로만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언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휘발유 평균 소매가격이 L당 1400원 미만일 경우, L당 1400~1500원, L당 1500~1600원, L당 1600~1650원, L당 1650~1700원, L당 1700~1700원, L당 1750원 이상인 경우를 세부적으로 나눠 기본세율의 일정 비율을 적용해 가‧감산 하는 방식이다. 휘발유 값이 L당 1600원 미만이면 세금을 더하고, L당 1650원 이상이면 세금을 줄인다. L당 1600~1650원인 경우엔 가‧감산 없이 법정세율을 그대로 적용한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도 작년 11월 2000cc 미만 승용차 등 중형 기준 자동차에 연료로 사용되는 휘발유, 경유 등에 대한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절반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유류세가 정부 세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개정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서혜 에너지석유감시단 연구실장은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가 부과된 가격에서 다시 한 번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것은 세금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으로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며 "불합리한 세금 부과 방식에 대한 개선 작업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