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국내 결핵 신규 환자수가 2만8161명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2013년부터 ‘결핵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결핵 관리 종합계획을 추진, 처음으로 2만명대로 진입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 1위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작년 한국 결핵 발생 신규 환자 수는 2만8161명으로,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및 사망률 1위다. 2위 국가는 라트비아로 3위 멕시코, 4위 포르투갈, 5위 폴란드가 뒤를 잇는다.

후진국병으로 불리는 ‘결핵’ 발생률 1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관리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핵을 ‘부끄러운 병’으로 여겨 감추거나 치료를 늦게 하는 경향이 있어 좀처럼 감염률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선DB

후진국병으로 불리는 ‘결핵’은 공기 중 전파되는 호흡기 감염병으로, 활동성 결핵 환자의 기침·재채기나 대화 중 침 등이 주요 감염 원인이다.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영양상태가 좋지 못하고 비위생적인 경우 더 쉽게 감염되며 주요 증상은 2주 이상 기침, 발열, 수면 중 식은 땀, 체중 감소 등이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돼 있지만 몸 밖으로 결핵균이 배출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결핵균을 전파하지 않으며, 결핵과 달리 증상이 없는 게 특징이다.

◇ 결핵관리 후진국 불명예 왜?

1950년대부터 대두된 국내 결핵 문제가 높은 경제 수준과 생활의 질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결핵 관리가 전방위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50~1960년대 한국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결핵균에 노출돼 성인의 잠복결핵 감염률이 높아졌고 결핵 환자 격리치료를 하지 않아 잠복 결핵에 걸린 사람들의 숫자를 줄이지 못한 게 1차적인 요인이다.

지혜미 분당 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인구 밀도가 높고 집단 생활을 많이 하는데다 사회적으로 결핵을 ‘부끄러운 병’으로 여겨 감추거나 치료가 지연돼 발병률이 쉽게 낮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결핵 발생 환자가 치료를 시작해도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이를 잘 지키지 못한 점도 문제다.

지 교수는 “약 복용을 제대로 하지 않아 내성균을 키워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문제도 있다”며 “결핵이 의심되면 적극적으로 검사를 시행하고 약물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고 임의로 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최근 결핵 정책 효과로 결핵 발생 환자 수가 6년 연속 줄고 있고, 청소년층(15~19세)과 젊은 연령 환자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인구 고령화로 노인 결핵 발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작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층 결핵 환자 비중은 전년보다 2%포인트 증가해 전체 결핵 환자의 41.9%(1만1798명)를 차지했다.

게다가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결핵환자 증가도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외국인 신고 전체 결핵환자 수를 보면 2016년 2569명, 2017년 2045명으로 나타났다.

◇ 政, 2022년 1만 9000명까지 줄이기 목표

1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2022년까지 결핵발생률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책을 담은 ‘제2기 결핵관리종합계획(2018년~2022년)’을 마련, 발표했다.

보건 당국은 2022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2016년 현재 기준 십만명당 77명의 절반 수준인 40명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조기발견을 통한 전파 차단 △환자 중심 관리와 지지 △연구개발 및 진단 △국내외 협력체계 구축 등 크게 4개 분야로 나눠 결핵 관리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노인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결핵 검진을 강화한다.

노인 결핵 발생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노인 결핵검진을 실시하고, 노인 의료급여수급권자에 대한 결핵검진이 실시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 대상으로 결핵과 잠복결핵감염 검진 시범사업을 실시해 결핵환자 조기발견을 통한 국내 결핵 전파를 차단할 예정이다.

또 결핵 감염에 취약한 영유아, 청소년, 노인 등과 접촉빈도가 높은 직업군(방과 후 교사, 간병인 등)을 대상으로 결핵검진 등 관리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노숙인, 쪽방거주자 등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대상 이동결핵검진을 시행하고 이를 점차 확대키로 했다.

이와 함께 잠복결핵감염을 치료하는 의료기관을 확대하고, 부작용 발생에 대한 모니터링과 역학조사를 강화해 잠복결핵감염 치료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잠복결핵감염 치료는 보건소 256개소와 의료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치료 의료기관수를 370개소에서 460개소로 늘린다.

결핵 진단 및 치료제 개발도 지원할 계획이다. 결핵예방백신(BCG)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고 백신주권 확립을 위해 2020년 개발·허가를 목표로 추진 중인 피내용 BCG백신 국산화가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촘촘하고 구체적인 시행으로 결핵으로 인한 국민적,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나아가 ‘결핵 없는 사회, 건강한 국가’가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부와 의료계, 학계, 지자체와 일선 보건소 등 현장에서 비상한 각오로 결핵 퇴치를 위해 힘써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