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리눅스를 사랑합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2014년 이런 발언을 했다. 실제로 MS는 꾸준히 오픈소스 지원을 강화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리눅스 재단에 합류하기까지 했다. 지난 4일(현지시각) MS가 깃허브(GitHub)를 75억달러(약 8조원)에 인수했다. ‘오픈소스에 대한 사랑’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은 셈이다.

깃허브는 분산소스 버전 관리 시스템 ‘깃(Git)’을 기반으로 한 코드 저장소다. 개발자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서 소스코드를 공유한다. 특정 아이디어를 소스로 구체화한 결과물을 여러 개발자가 더욱 개선하기도 한다. 사용자가 2400만명에 달할 정도로 큰 플랫폼으로 8000개 코드 저장소를 호스팅하고 있으며 관련 사업과 조직이 18억개에 이른다.

왼쪽부터 크리스 완스트래스(Chris Wanstrath) 깃허브 현(現)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MS CEO, 깃허브 새 CEO가 된 냇 프리드먼(Nat Friedman)이 샌프란시스코 깃허브 본사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오픈소스 개발자들이 협업할 수 있게 만들어진 개방형 플랫폼을 가장 폐쇄적이었던 정보기술(IT) 업체가 인수한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블로그를 통해 “깃허브와 협력해 개발자의 자유, 개방성, 혁신에 대한 약속을 강화하고 모든 개발자가 세계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를 혁신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MS가 8조원에 이르는 돈을 베팅한 이유를 단순히 ‘오픈소스에 대한 사랑’에 국한할 수는 없다. 깃허브를 인수함으로써 강화되는 경쟁력이 분명하고 돈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오픈소스 시장은 지난해 약 900억달러(약 97조원) 규모로 2020년까지 15.2%(약 112조원) 성장할 전망이다.

실제로 MS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에서 구동되는 리눅스 기반 가상머신(VM)은 40%까지 커졌다. 국내에서는 50%에 이른다. 지난해 국내 애저 매출 중 오픈소스 관련 매출은 700% 증가했을 정도다. 결과적으로 MS가 깃허브를 인수해 오픈소스 개발자들이 애저 기반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더욱 지원하면 아마존, 구글, 오라클과 경쟁에도 긍정적인 셈이다.

그러나 의심은 남았다. 실제로 깃허브가 MS에 인수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깃랩으로 저장소를 이전한 소스코드가 10만건이 넘었다. 코드저장소 사용량을 기존 일 평균의 10배까지 치솟았다. 외신은 깃허브 인수 소식에 개발자들이 백업 등을 이유로 소스코드를 옮겨놓은 것으로 해석했다.

또 MS가 스카이프와 링크트인을 인수한 후 제대로 된 성과를 얻지 못하고 광고가 늘어난 점도 깃허브의 안정적인 운영에 대한 의구심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7일(현지시각) 냇 프리드먼 깃허브 대표는 “MS가 깃허브를 광고의 늪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발표하며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실제로 MS는 깃허브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경영진에는 MS에서 파견한 인사 한명과 깃허브 내부 출신인 냇 프리드먼이 공동 CEO를 맡는다. MS는 깃허브의 독립성을 보존하면서 개발자들에게 신뢰감을 줘야 하는 과제를 갖게됐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MS의 깃허브 인수로 애저 기반의 개발 방향성이 더욱 다양화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도 “개발자들이 우려하는 깃허브의 성질 변화를 최대한 막아야 하고 지금의 성질을 잃는 방향으로 변화하면 MS의 깃허브 인수는 전혀 의미가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