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양분한 중·장거리 국제선 항공 시장에 새 업체가 도전장을 냈다. 프레미아항공(Air PREMIA)은 "법인 설립은 이미 끝났고 오는 7월 국토교통부에 항공 운송 면허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투자자 유치와 노선, 항공기 선정 등도 마무리 단계"라고 14일 밝혔다. 국토부에서 항공 운송 면허를 얻고 안전 면허에 해당하는 '운항 증명(AOC)'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취항은 일러야 내년 말이 될 전망이다.
◇"더 편한 좌석을 더 싸게"
프레미아항공 측은 "우리는 저비용 항공사(LCC)가 아니다"며 "중·장거리 노선에서 기존 대형 항공사의 이코노미석보다 편한 좌석을 좀 더 싼 요금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편한 좌석을 싼 값에 공급하는 LCC와는 사업 모델이 다르다.
프레미아항공은 좌석을 '이코노미'와 '프리미엄 이코노미' 두 가지로만 채울 계획이다.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은 운영하지 않는다. 좌석 간격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풀 서비스 항공사(FSC)의 이코노미가 32~34인치, 저비용 항공사가 28~30인치 정도다. 프레미아항공 관계자는 "이코노미석의 앞뒤 간격은 35인치(89㎝),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은 42인치(107㎝)로 할 계획"이라며 "요금은 FSC 이코노미석 대비 각각 90%, 140% 내외에서 책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취항 노선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새너제이, 유럽에선 핀란드 헬싱키 등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주로 국내 대형 항공사가 취항하지 않았지만, 현지에서 다른 항공편과 연계가 잘 돼 있는 곳이다. 보잉 787 드림라이너, 에어버스 A350 등 신형 항공기 중 하나를 골라 5년 이내에 10대가량을 갖출 계획이다. 항공기 기종을 하나만 운영하면 관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프레미아항공 측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이 없고, 연료 효율이 좋은 신형 항공기를 쓰기 때문에 항공권을 싸게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급성장하는 항공 시장… 장거리는 아직
국내 항공 시장은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는 2649만명으로 일본(1788만명)보다도 많았다. 그러나 시장 성장은 주로 단거리 중심의 LCC 위주로 이뤄졌다. 항공업계에선 늘어난 중·장거리 수요의 상당수가 외국 항공사 몫이 됐다고 보고 있다. 한국항공대 허희영 교수 연구실에 따르면 중·장거리 노선의 해외 항공사 점유율은 2011년 30.7%에서 지난해 38%까지 올라갔다.
프레미아항공은 국내 항공사 대신 외국 항공사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는 수요를 주목하고 있다. 해외 항공업계에선 이코노미와 비즈니스석 중간 개념의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여행객들이 가격 대비 만족도를 중요시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항공사들은 아직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거의 운영하지 않고 있다. 프레미아항공 측은 "이코노미는 불편하지만 비즈니스석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 외항사의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이용하는 이가 많다"며 "국민소득이 늘어날수록 중·장거리 항공 수요가 커지고 프리미엄 이코노미 시장도 계속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심사 결과 지켜봐야… 항공업계도 신중
프레미아항공은 2010~2012년 제주항공 대표를 지냈던 김종철(60) 전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김 전 대표 재직 당시 제주항공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김 대표는 "사모펀드 등에서 투자를 받아 자본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미 상당수 투자자와 약정을 했고, 500억원 정도를 투자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아직 신중한 분위기다. 일단 국토부의 면허 심사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플라이양양과 에어로K 등 신규 LCC 사업자가 면허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존 항공사의 시장을 일부 잠식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도 있어 아직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