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이폰6를 쓰고 있는데 새 스마트폰으로 바꿀 예정입니다. 그런데 요즘 신제품은 거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라는데 번인(Burn-in)현상이 걱정이에요. 누구는 번인현상없이 잘 쓰고 있고 또 누구는 산 지 2주도 안돼 나타났다네요.” (권모씨·28)

번인현상은 디스플레이 특정 부분에 같은 모양을 지속해서 표시하면 화면이 바뀌어도 자국이 남는 현상입니다. 주로 OLED 패널에 나타납니다. 유기물 발광소자를 사용하는 OLED가 빛과 열에 약해 같은 자리에 같은 자극을 받으면서 흔적이 남는 것입니다. 번인 현상은 삼성전자가 2009년 처음 OLED를 핸드폰에 적용한 이후 꾸준히 논란이 됐습니다.

세티즌 번인테스트 화면

OLED 패널 탑재 스마트폰 사용자는 꾸준히 번인현상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한 갤럭시S8 플러스 사용자는 “구매 초기 번인현상으로 한 번 무상교체 했지만 또 번인현상이 생길까 봐 조심히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고, 다른 LG V30 사용자는 “번인현상이 있지만 아직 교체는 안 했다”며 “OLED 탑재 스마트폰에서 번인현상은 ‘안고 가야 할 짐’”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폰X도 번인현상은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애플은 지난해 11월 디스플레이 지원 페이지를 통해 "아이폰X를 장시간 사용할 시 디스플레이에 시각적인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번인현상을 인정했습니다. 최근 아이폰X를 구매한 사용자는 “커뮤니티에서 번인현상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배경화면을 서로 추천해주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제품 사용자들은 “각 회사가 OLED 패널 우수성만 강조하고 실제 소비자가 사용하면서 겪을 수 있는 불편함은 감추는 모양새”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 모두 “자사 제품에 번인현상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탑재했다”고 홍보했습니다.

LG전자는 지난 V30 출시 당시 “주변보다 유독 많이 사용한 화소를 찾아내 전력 소모량을 줄여주는 화소 스캐닝 프로그램 기술을 탑재해 디스플레이에서 나타날 수 있는 번인현상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애플도 "아이폰X에 적용된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업계에서 OLED 번인 현상이 가장 적은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OLED 패널은 백라이트가 필요한 액정표시장치(LCD)보다 더 얇고, 생생한 화질을 구현해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구부릴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만들기도 쉽습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 등 국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업체의 스마트폰 신제품이 대부분 OLED 패널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에서는 LG G6와 애플 아이폰8시리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OLED 패널이 탑재된 제품입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에 OLED를 꾸준히 탑재해왔으며 애플은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한 10주년 기념폰인 아이폰X(텐)에 처음으로 OLED 패널을 탑재했습니다. LG전자도 LG V30부터 OLED 패널을 채용했습니다.

이에 소비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는 반응입니다. 한 소비자는 “OLED 패널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선택지에서 빼면 고를 수 있는 스마트폰이 거의 없는 셈”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소비자는 “기존 LCD 스마트폰은 신제품이 아닌 경우가 많고, 또 화질이 선명하다는 장점도 있어 OLED 제품을 쓰고 싶다”면서도 “커뮤니티나 이미 OLED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지인 사이에서 번인현상 우려가 심해 (OLED 스마트폰 구매가) 계속 고민이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업계는 번인현상을 해결하려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적으로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기다려야 한다는 상황입니다. 현재 여러 스마트폰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기술로 장시간 같은 곳에 동일한 화면을 노출하지 않는 등 번인현상을 해결하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사용자에게 교체와 무상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번인현상을 인지하고 1년 내 무상교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번인논란에 휩싸였던 구글의 신규 플래그십 스마트폰 '픽셀2'와 '픽셀2XL'도 하드웨어 품질보증 기간을 기존 1년에서 추가비용 없이 2년으로 늘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