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보고서 "한국 특수성 있다"
현재 상태 GDP 225%까지 가능
그러나 노동소득세율 25%P 인상
고령화와 복지 지출 감안할 경우
GDP 40% 수준까지 줄어들어

한국 경제는 빚을 얼마까지 낼 수 있을까. 한국 경제가 2.5%의 경제성장률과 현재의 재정 지출 구조를 유지할 경우 빚을 낼 수 있는 재정 여력이 GDP(국내총생산)의 225%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만큼의 국가 부채를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고령화 속도가 빠르며 정부가 ‘큰 정부’를 지향하며 사회보장성 지출을 늘려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재정 여력은 GDP의 4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정 여력은 현 시점에서 늘릴 수 최대한의 국가 부채량을 말한다.

출처=KDI

이태석·허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들은 28일 ‘재정여력에 대한 평가와 국가부채 관리 노력 점검’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경제성장률과 재정지출 구조를 전제로 재정 여력을 추계한 결과 한국의 재정여력은 현재 GDP의 225%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KDI에 따르면 해당 분석은 경제성장률을 2.5%로 가정했다.

GDP의 225%이라는 분석은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경제 재정 여력을 GDP 200% 수준으로 보면서 재정을 더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는 한국 경제의 재정 여력은 사실상 GDP의 40%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현재 상태만 보면 GDP의 225%까지 빚을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령화와 복지지출 증가 수준을 고려하면 GDP의 40% 수준이 맞다는 것이다. 또 GDP의 225%까지 빚을 낼 경우 소비와 총생산, 투자가 20%는 감소한다고 바라봤다.

출처=KDI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GDP의 225%까지 빚을 낼 경우 25%포인트의 노동소득세율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으로 보면 은행에서 대출을 소득 대비 225%까지 받을 수 있지만, 대출에 대한 이자와 원리금 상환 등을 감안하면 최종 소득의 25%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225%의 빚을 감당하려면 돈이 25% 줄어드는 충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늘어난 빚을 세금 인상을 통해 감당할 수 밖에 없다. 해당 보고서는 GDP의 225%라는 빚을 감당하려면 자본소득세 보다 노동소득세를 인상할 수 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더구나 보고서는 정부가 GDP의 225% 수준까지 빚을 나면 총생산과 소비, 투자가 20%이상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여력이 있다고 그만큼 빚을 지면 거시 경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또 빚이 늘어나면 이자 비용도 증가한다. 보고서는 GDP의 225%까지 빚을 지면 조세 수입의 24%를 이자 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고 예측했다.

특히 해당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재정 여력을 계산할 때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고령화 속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이 2%포인트 하락하면 재정 여력은 GDP의 179%로 감소한다. 여기에 정부가 고령화로 인한 복지 지출 등 사회보장성 지출을 1.5배로 늘리면 재정 여력은 GDP의 60%까지 낮아진다. 분석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재정 여력은 경제성장률 하락 보다 사회보장성 지출 증가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결국 경제성장률이 2%포인트 하락하고 정부가 지금 보다 사회보장성 지출을 1.5배로 늘리면 재정 여력은 GDP의 225%에서 GDP의 40% 수준까지 떨어지는 것이다.

IMF는 한국의 재정 여력에 대해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흑자 규모를 매년 GDP 대비 0.5%포인트 정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그만큼 재정 지출을 늘려도 된다는 평가다. 통합재정수지는 국민연금 같은 사회 보장성 기금도 포함한 수치다. 한국은 연금이 현재는 많이 쌓여있기 때문에 통합재정수지는 흑자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하는 관리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사회보장성기금)는 적자다. 한국의 사회 보장성 기금은 현재 많이 쌓여있지만,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급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해당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서도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를 기준으로 재정 여력을 계산했다.

이태석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와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로의 전환 등 ‘특수성’을 감안하면 재정 여력은 사실상 GDP의 40% 수준으로 봐야 한다”라며 “지금 재정 여력이 좋다고 해도 향후의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