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규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가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가 선정한 올해 또는 가까운 장래에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로 꼽혔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세계적인 글로벌 시장 및 혁신 분석 기관인 ‘톰슨 로이터’의 지적재산 및 과학분야 사업부가 이름을 바꾼 것이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20일 22명의 ‘2017년 피인용 우수연구자(Citation Laureates)’를 발표했다. 한국 과학자로는 박남규 교수가 22인의 과학자 명단에 꼽혔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2002년부터 매년 노벨상이 수여되는 과학 분야(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최고 연구자들을 식별하기 위해 세계적인 학술정보 데이터베이스 ‘웹오브사이언스(Web of Science)’에 등재된 수백만 건의 인용 자료를 분석하고 ‘피인용 우수연구자’를 발표했다.
피인용 우수연구자는 각 분야 연구자들이 발표한 논문이 동료 연구자들에게 매우 빈번하게 인용돼 큰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여겨지는 과학자로, 올해 또는 가까운 장래에 노벨상 수상이 유력한 연구자들을 말한다. 지난 15년 동안 실제로 43명의 피인용 우수연구자 수상자들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올해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아인슈타인이 예측했던 중력파를 발견한 킵 손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 교수와 레이너 웨이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를 지목했다. 이들은 지난해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피인용 우수연구자로 선정됐다.
◆ 박남규 교수, 20년 동안 태양전지 연구 ‘한우물’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선정 22명의 피인용 우수연구자 수상자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박남규 교수(사진)는 차세대 태양전지로 불리는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지난 2012년 처음으로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1997년 미국재생에너지연구소에서 염료감응 태양전지 원리를 이해하고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시작한 박 교수는 1999년 귀국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를 이어갔다. 하지만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빛에너지를 흡수하는(광흡수) 효율이 낮은 게 단점이었다.
새로운 광흡수 물질을 연구하던 박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에 주목하고 연료감응 태양전지에 쓰이는 유기염료 대신 페로브스카이트를 활용하는 연구에 힘을 쏟았다. 일본 연구진이 2009년 액체전해질을 이용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발표했지만 에너지 전환 효율이 낮아 상용화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박 교수는 2011년 에너지 전환 효율을 개선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 발표했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도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액체전해질을 이용했는데,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이 액체에 쉽게 녹아 안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절치부심한 박 교수 연구팀은 액체전해질 대신 고체 홀전도체를 사용해 안정성 문제를 해결했다. 그 결과 2012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출판하는 ‘사이언티픽리포트’에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최초로 개발해 발표했다. 2012년 박 교수의 연구결과 공개 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논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2016년에는 2000편 이상의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노벨상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과학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것만으로도 매우 영광”이라며 “늘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최초와 최고에 도전하는 연구를 재미있고 즐겁게 해 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무엇보다 태양전지 한 분야에서 20년 이상 연구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며 “한 분야의 연구를 했기에 전세계 우수한 연구자들을 만날 수 있었고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구 성과를 단기간에 요구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문화가 필요할 것 같다”며 “창의적 연구를 지원하는 우수한 연구자를 더욱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올해 피인용 우수연구자 수상자, 전세계에서 골고루 배출
올해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선정한 22명의 피인용 우수연구자에는 박남규 교수를 비롯해 덴마크, 독일, 그리스, 일본, 인도, 네덜란드, 대만 등 전세계 연구자들이 고루 포함됐다.
생리의학 분야에는 루이스 캔틀리 미국 웨일코넬의과대 종양생물학과 교수, 칼 프리스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신경과학영상학 교수, 장 위안 미국 암학회 연구교수, 패트릭 무어 미국 피츠버그의과대 미생물학 및 분자유전학 석학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물리학 분야에는 파에돈 아부리스 나노과학기술 부문 IBM 펠로우 및 그룹 리더, 코넬리스 데커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 석학교수, 폴 맥큐엔 미국 코넬대 물리학부 교수, 미첼 파우겐바움 미국 록펠러대 수리물리학 교수, 라시드 서냐예프 독일 막스플랑크 천체물리학 연구소 디렉터가 꼽혔다.
화학 분야에는 존 버카우 캘리포니아공과대 화학공학부 명예교수, 로버트 버그만 UC버클리 화학부 석학교수, 조지 슐핀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선임과학연구원, 예슨 뇌르스코프 스탠퍼드대 화학공학부 교수, 미야사카 츠토무 토인요코하마대 광전자화학 및 에너지과학부 교수, 헨리 스네이드 옥스퍼드대 물리학과 교수가 수상했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의 과학 및 학문연구사업부 글로벌 대표인 제시카 터너는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인용 빈도가 높은 논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연구의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식별할 수 있다”며 “인용상 수상자들의 연구 성과의 영향력과 중요성에 대해 동료들이 평가한 부분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