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제주 중문관광단지. 늘어진 야자수 사이를 헤치고 단지 초입에 들어서자 이국적인 분위기의 초록·노란빛 인테리어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선 익숙한 노란 항아리 단지 모양의 조형물 앞에 몰린 인파가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성인 남성보다도 큰 구조물이지만 보는 순간 빨대를 ‘푹’ 꽂고 싶어진다. 이곳은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를 소재로 한 ‘옐로우 카페’다.

제주 중문관광단지에 위치한 옐로우카페 제주점 전경.

1974년 출시된 바나나맛우유는 40년 넘는 세월 동안 사랑받아온 빙그레의 대표 제품이다. 바나나맛우유에 얇은 빨대를 꽂아 마셔본 경험이 없는 한국인은 드물 것이다. 옐로우카페는 바나나맛우유를 테마로 한 빙그레의 콘셉트 스토어다. 첫 옐로우카페는 지난해 3월 동대문에 문을 열었다. 제주도점은 지난 4월 개장한 2호점이다.

바나나맛우유는 가공유제품 중 전 연령대 인지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빙그레 내부에선 고민이 많았다. 10~20대 젊은 세대에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바나나맛우유는 전통의 스테디셀러지만 2015년까지 1700억원 안팎의 매출에 머물렀다”며 “옐로우카페는 젊은이들에게 바나나맛우유를 알려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로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한 지난해 바나나맛우유 매출이 1950억원대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 바나나맛우유로 만든 음료·디저트와 함께 아기자기한 ‘단지’ 모양 제품 쇼핑

매장문을 열고 들어서자 온통 노란·초록빛이었다. 초록색 뚜껑과 글씨, 노란색 우유로 채워진 바나나맛우유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로 꾸며졌다. 테이블과 소파도 둥글둥글 노란빛을 띠어 ‘귀엽다’는 인상을 줬다. 산뜻한 색감이 창밖으로 쏟아지는 늦여름 제주의 햇살과 어우러졌다.

빙그레 옐로우카페 제주점은 200평(660㎡) 규모로 널찍했다. 카페, 캐릭터 상품 매대, 체험 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소규모 매장(66㎡, 약 20평)인 동대문점의 10배 수준이다.

옐로우카페에서 판매하는 바나나라떼, 바나나아이스크림 쉐이크와 바나나아이스크림 큐브브래드. 제품에 사용하는 우유와 아이스크림, 크림 등은 모두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로 만들었다.

옐로우카페에선 쉐이크와 라떼 등 음료와 빵, 푸딩과 같은 디저트를 판매한다. 이곳에서 만드는 음료와 디저트는 모두 바나나맛우유를 재료로 사용한다. 빙그레 관계자는 “바나나맛우유의 원유 함량은 86%로, 가공용 우유로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며 “빙그레 식품연구소 연구원들이 6개월간 음료 메뉴 등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인기 있는 음료는 바나나맛우유 쉐이크와 라떼, 큐브 브레드다. 쉐이크는 바나나맛우유에 아이스크림을 더했다. 라떼는 하단부터 바나나맛우유, 커피, 거품 등 3층으로 쌓여 있어 보는 재미까지 줬다. 큐브 브레드는 육면체 모양 빵에 아이스크림과 커스터드 크림을 곁들였다.

특이하게도 정작 바나나맛우유 제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빙그레 관계자는 “바나나맛우유로 만든 제품을 경험하고,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바나나맛우유는 특유의 항아리 단지 모양 용기로도 유명하다. 이 용기는 1974년 바나나맛우유 출시 이후 단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옐로우카페에선 이 용기를 모티브로 개발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한다.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열쇠고리다. 이승협 옐로우카페 제주점장은 “하루에 열쇠고리가 200개 정도 판매되고 있다”고 했다. 용기를 형상화한 ‘단지’ 인형과 바나나맛우유 포스트잇도 인기 상품 중 하나다.

바나나맛우유와 같은 크기로 제작한 ‘순금 바나나맛우유’ 그 옆은 도금 열쇠고리.

캐릭터 상품 매대에는 실제 크기로 제작한 순금 바나나맛우유가 전시돼 있다. 재료비만 1억원 이상이 들었다. 이 점장은 “전시용이지만 실제 구매를 문의한 중국 손님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순금을 구매할 여력이 없다면 작은 크기의 도금 바나나맛우유 열쇠고리가 있다. 이 점장은 “도금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대가 있어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매대에 늘 직원이 상주한다”고 했다.

체험 공간에는 빛과 빨대를 이용한 바나나맛우유 조형물과 바나나맛우유 미니어처 등을 설치해 방문객들이 조형물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길 수 있게 했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때는 성수기가 한풀 꺾인 시기의 평일 오후였음에도 가족단위, 10대 여행객이 많았다. 7살, 6살 두 아들과 함께 옐로우카페를 찾은 한 부부는 “제주도로 휴가를 오며 아이들과 함께 찾을만한 장소를 검색해 알게 됐다”며 “아이들이 귀여운 인테리어와 바나나맛 음료를 좋아해 만족스럽다”고 했다.

10대 소녀들도 보였다. 서울에서 왔다는 13살 김모양, 12살 김모양은 “부모님과 함께 제주를 왔는데 인터넷을 검색하다 인테리어가 귀여워 찾게 됐다”며 “부모님이 승마하러 가신 동안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음료가 맛있고 상품들도 귀여워 좋다”고 말했다.

◆ ‘목욕탕’ 대신 ‘추억’ 선물할 수 있는 공간에 중점... SNS ‘인증샷’ 이어져

빙그레는 옐로우카페를 열며 수익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바나나맛 우유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빙그레 관계자는 “2015년 바나나맛우유 소비자 인식도 조사 결과 연관되는 이미지를 물었을 때 목욕하고 먹는다는 의미로 ‘목욕탕’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며 “보다 젊은 이미지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목욕탕처럼 ‘추억’을 줄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고 말했다.

옐로우카페 제주점 내에 마련한 체험 공간.

인스타그램에서 #옐로우카페 #yellowcafe로 검색하면 각각 8000여개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와있다. 연인, 가족과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동대문점이 외국인, 연인 비율이 높다면 제주점은 10대와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다”고 했다.

1700억원 규모에서 정체상태를 보이던 바나나맛우유의 매출은 지난해 전년보다 15% 이상 늘어 2000억원에 육박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지난해 3월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에 문을 연 옐로우카페 동대점이 크게 기여했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주력 제품인 바나나맛우유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빙그레의 영업이익은 287억원으로 전년(247억원)대비 16.1% 늘었다.

빙그레는 옐로우카페를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지난 3월 RTD(ready to drink, 바로 마실 수 있는 음료) 제품인 ‘옐로우 카페 컵(Yellow Café Cup)’ 바나나티라미수, 소금라떼 2종을 출시하기도 했다. 빙그레는 옐로우카페를 중심으로 관련 캐릭터 상품 판매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